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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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국이나 동맹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을 택하는 유럽 기업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해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물가상승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현지시간) 유럽 내 글로벌 기업 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5년간 생산기지를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로 이전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프렌드쇼어링을 실현에 옮겼다"고 답한 기업(11%)의 네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럽의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로는 응답자의 3분의2 이상이 중국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미국 대만 인도 튀르키예 러시아도 유럽 공급망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최근 몇년 새 글로벌 교역 시스템은 더욱 블록화되고 있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와 외교적 분열이 심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공급망을 재편하는 기준은 프렌드쇼어링이나 리쇼어링(해외진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 등과 같이 정치적 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과거 기업들이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오프쇼어링(인건비 등이 저렴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을 늘려왔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프렌드쇼어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응답 기업의 60%는 "지난 5년간 공급망 재편과 생산시설 이전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5%는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단절이 지난 2년간 물가 급등에 일부 기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