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 업체들, 이미 글로벌 주요 수출 업체로 부상"
미·EU 규제 대비해 유럽 등에 현지 공장 준비도
"中배터리 거인들 막기엔 늦었을 수도…1980년대 일본차 유사"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서방의 경쟁 기업들이 방어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기업들은 상당한 보호를 받더라도 경쟁을 하는 데 힘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대기업들이 자국 내 대규모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수출업체가 되고 있다.

이들은 또 현재와 미래의 수입 규제를 피하고자 유럽 지역 및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파트너 국가에 대규모 신규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가 1980년대에 했던 것과 아주 유사해 자기 시장을 보호하려는 서방의 노력은 너무 미흡하거나 너무 늦었다는 것이 입증될 수 있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첫 9개월 동안 중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새 에너지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수출도 크게 늘어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국이 됐다.

물론 이런 결과는 중국 배터리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부문에서 중국의 CATL은 세계 1위이고, 전기차를 제조하기도 하는 BYD는 세계 2위이다.

다만, 이들은 자국 밖에서는 한국 경쟁사들에 뒤처져 있는데, CATL이 올해처럼 계속 성장한다면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첫 8개월 동안 중국 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그러나 CATL의 경우 해외 매출이 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중국을 제외한 시장 점유율은 이제 LG에너지솔루션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

둘 다 약 28%를 차지한다.

HSBC에 따르면 CATL의 유럽 점유율은 2020년 10%에서 올해 24%로 상승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자국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해외 판매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중국업체 궈시안(Gotion)의 수익 중 약 70%가 수출이나 해외 생산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궈시안은 독일에서 올해 생산을 시작했고, 미국 일리노이주에는 20억달러(2조6천억원)를 투자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인 문제는 이런 성장 시나리오에 대한 주요 리스크 중 하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에는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 파트너로부터 나온 일정 비율의 배터리를 쓰도록 하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중국 업계는 이미 이러한 규제를 회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와 소재 부문에 2천억위안(36조원) 이상의 해외 투자를 발표했고, 이 중 80% 이상이 유럽에 집중돼 있다.

CATL은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헝가리에 77억달러 (10조원) 상당을 투자할 계획이다.

헝가리는 EU 내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다.

WSJ은 테슬라와 애플이 중국의 전기차와 스마트폰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듯 장기적으로 중국의 배터리 노하우는 유럽 업체들에 옮겨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업체로서는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