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증식하는 맘카페, 정녕 마녀들의 소굴일까 [책마을]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최근 출간된 <맘카페라는 세계>는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에 대한 비난에 물음표를 던지며 출발한다.

맘카페는 이제 권력이 됐다고들 말한다. 회원들은 "맘카페에 안 좋은 글을 올리겠다"며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논란이 된 인물의 신상을 털며 사적 보복을 행한다는 것이다. 정치세력화의 본거지로 지목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국 맘카페 회원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맘카페는 정말로 이상한 공간일까? 맘카페가 악의 공동체라면, 이곳을 구성하고 있는 엄마들은 현실의 엄마들과는 다른 존재일까? 혹시 우리는 맘카페라는 세계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인터넷에 떠도는 자극적인 글로 맘카페와 엄마들을 혐오하고 있는 건 아닐까?
끊임없이 증식하는 맘카페, 정녕 마녀들의 소굴일까 [책마을]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을 표방하는 <맘카페라는 세계>는 2010년대 후반 맘카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 저자가 맘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 작동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맘카페에 많은 엄마들이 빠져들고 의지하는 이유, 내부에서 펼쳐지는 소동과 논란,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정노력과 좌절까지 다룬다. 저자는 1985년생으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국책은행에서 10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결혼 후 1남1녀를 키우며 현재는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

맘카페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그 현황과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 한다.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맘카페라는 세계>는 그런 점에서 기록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책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기준 맘카페는 약 1만2000개. 물론 이 중에는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허수도 있다.

맘카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 베이비'는 회원이 약 33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 카페 서비스가 2003년에 시작했으니 그 태동을 같이 했다고 볼 만하다. 맘카페 양대 산맥 중 다른 하나인 '레몬테라스'는 2004년에 개설됐는데, 최초에는 결혼 준비를 하는 사람들끼리 신혼집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사람들이 결혼 후 육아 정보까지 공유하면서 맘카페로 변한 것이다. '강서 양천 맘카페' 하는 식으로 지역 단위 맘카페도 큰 곳들은 2006년을 전후해 생겨 어느덧 1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맘카페는 왜 만들어졌고 숱한 논란 속에도 존재하는가. 책은 그 이유로 맘카페가 기본적으로 육아 정보를 공유하려는 수요로 만들어졌고, 이 육아 정보라는 게 너무나 세밀한 데다가 생각보다 빠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꼽는다. 엄마에게 전수받기에는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육아 기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출생 기조, 워킹맘 증가로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육아 정보를 나누기 어려워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또 육아로 인해 사회생활에 제약이 생긴 엄마들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얻을 공간을 찾아 헤맨다. 육아용품 장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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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가 정치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지역 현안과 밀접하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예컨대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정치 글 금지'라는 원칙을 세웠지만, 공공 의대 설립으로 의료진이 파업을 선언했을 때 "오늘 동네 소아과들 대부분 휴진인데, 저희 아이 갑자기 토하고 아픈데 어떡하죠." 하는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글을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맘카페 운영진인 '나'를 앞세워 맘카페를 들여다보는 서술 방식은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저자는 객관적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맘카페를 옹호하거나 변호하는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맘카페가 운영규칙을 만들고 수정하고 또 폐기하는 과정 등은 내부자만이 증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르포르타주 혹은 미시사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책의 모든 페이지를 맘카페의 편을 드는 데 할애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자성을 담은 5장 '고립된 성(城)'은 그런 점에서 문제적일 텐데, 책은 엄마들이 스스로를 '약자'로 정체화하고 회원들끼리 뭉쳐 본인의 억울함을 해결하려 하는 태도가 맘카페의 공격성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맘카페를 점점 고립된 성으로 만들고 있는 사회적 맥락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간접적으로 육아를 경험하는 사람조차 점점 더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6장에서 다루는 엄마, 모성에 대한 혐오와 몰지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라며 "이 책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맘카페라는 집단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과 성찰을 사람들과 나누고픈 바람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증오와 낙인찍기는 대개 무지와 몰이해 탓에 발생하고, 이는 맘카페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맘충'이라는 단어를 무람없이 읽고 쓰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