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약 세계 1위 레오파마 "韓과 협력 확대"
“레오파마는 덴마크 제약사 중 가장 역사가 긴 회사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신정범 레오파마코리아 대표는 7일 기자를 만나 “동화약품을 통해 상처치료제 후시딘을 선보이는 등 한국 기업과는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JW중외제약으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반환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한국 기업과의 관계는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레오파마는 1908년 창업한 덴마크 제약사다. 세계 하나뿐인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 글로벌 제약사로 꼽힌다. 레오파마는 올해 국내 진출 12년차를 맞았다. 국내에선 후시딘 외에도 자미올, 엔스틸룸, 프로토픽 등 아토피 피부염과 건선 등의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

2019년 레오파마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신 대표는 사노피, 일라이릴리, 로슈 등에서 제약 분야 이력을 쌓았다.

비만약 ‘위고비’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면서 ‘덴마크 제약사’라고 하면 누구나 노보노디스크를 떠올리는 시대가 됐다. 레오파마는 이보다 먼저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의약품을 선보인 덴마크 제약사다. 1962년 개발한 후시딘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노보노디스크가 ‘당뇨’라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레오파마도 ‘피부질환’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다. 바르는 건선 치료제 시장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바르는 아토피 치료제 점유율도 60%다. 또 다른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도 마찬가지다. 중추신경계(CNS) 약물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 대표는 “덴마크는 유럽 안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라며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거둔다는 면에서 덴마크 특유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기업 문화에도 녹아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레오파마 한국법인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덴마크산업연합(DI) 소속 최고경영자(CEO) 15명이 방한해 이곳을 방문했다. 신 대표는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CEO에게 경영 환경 등을 알리는 자리였다”며 “레오파마가 현지에서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 헬스케어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올해와 내년은 레오파마에 도전이 잇따르는 시기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아트랄자’ 시판허가를 받았다. 내년 보험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약가 협상에 따라 국내 실적 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르는 JAK억제제인 ‘델고티시닙’도 손 습진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JAK억제제는 가려움증 완화 등의 효과가 크지만 심혈관 부작용 위험 탓에 먹는 약 활용엔 제약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는 치료제가 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평가다.

세계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400억달러 규모인 이 치료제 시장은 2028년 6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오파마는 2030년까지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 지위를 굳히기 위해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희귀질환을 포함한 모든 피부 분야 후보 물질 확대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임상 초기 단계 물질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바르는 건선 치료제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아트랄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2025년 한국 법인 매출의 두 배 이상인 연매출 400억원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델고시티닙이 출시되면 2030년께 국내에서 800억원 넘는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이 건강한 피부를 갖도록 돕는다’는 사명처럼 피부 질환 치료 시장을 선도해 환자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