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정치·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유승민 전 의원 회동에 이은 ‘경청 행보’의 일환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준석 전 대표와 인 위원장 간 회동도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찾았다. 인 위원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당신 의사 아니냐,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가 그 약 안 먹으면 어떡할 거냐. 그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그 말에) 공감했고, 명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환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의힘”이라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표심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안을 여러 개 만들어 냈는데 반응이라는 게 없다”며 “인 위원장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권고한 데 당내 반응이 없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을 만났다. 지난 4일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이 전 대표와 ‘깜짝 만남’을 시도했다. 8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난 뒤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향후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도 만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조언을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일 이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과 만나 신당 창당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인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이 전 대표에 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김기현 1기 지도부’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김기현 대표가 울산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로 고민할 것으로 안다”며 “(측근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도부와 중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인 위원장의 주장에 김 대표 등이 즉답을 피해 온 것과 다른 태도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조만간 수도권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