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서 곧바로 역전하고도 추가 득점 못 해 kt에 재역전패
21년 만의 KS서 먼저 쓴맛 본 LG,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
LG 트윈스가 21년 만에 치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은 검정과 빨강이 섞인 유광점퍼를 입은 쌍둥이 팬들이 토해 낸 쩌렁쩌렁한 함성과 함께 시작됐다.

지방 출신 서울 거주민이 많은 특성상, LG의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은 양 팀의 팬들이 구장을 절반씩 채우는 외형상의 균형을 이뤄왔지만, LG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등정의 첫발을 뗀 7일만큼은 사뭇 달랐다.

21년 만의 KS서 먼저 쓴맛 본 LG,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
LG의 가을 야구 한(恨)을 상징하는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이 kt wiz의 3루 응원석마저 점령해 사실상 kt 응원단을 포위했다.

1루 쪽에서만 들리던 LG 선수 응원가와 응원 구호는 외야와 3루를 둘러싸 전 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입체적인 서라운드 음향을 연출해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투영된 LG 팬들의 간절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1차전이 열리기 전 인터뷰에서 "선취점과 첫 승리가 중요하다"며 "(우승을 위해선) 어느 때보다 이날 승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회초에 kt에 먼저 1점을 주고 1회말 곧바로 2점을 얻고 역전해 경기의 주도권을 틀어쥔 점은 성공적이었다.

21년 만의 KS서 먼저 쓴맛 본 LG,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
그러나 마무리 고우석이 9회 2사 후 문상철에게 큼지막한 결승 2루타를 맞고 패해 승리를 날린 점은 LG에 뼈아픈 장면이 됐다.

LG는 kt와도 싸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1994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래 29년간 짓눌려 온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이기는 길이 보인다.

kt에 2-3으로 진 1차전의 결정적인 패인은 1회 이후 추가점을 뽑지 못한 타선에 있다.

21년 만의 KS서 먼저 쓴맛 본 LG,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
타자들의 실전 감각은 나쁘지 않았지만, 2-1로 전세를 뒤집은 1회 2사 1, 3루와 2-2로 맞선 5회 2사 1, 2루에서 박동원이 침묵한 점, '출루왕' 1번 타자 홍창기가 5번의 타격 기회에서 한 번도 1루를 못 밟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LG의 팀 잔루는 8개로 kt보다 3개 많았다.

kt 선발 고영표가 흔들린 초반에 점수를 보태지 못한 탓이다.

공격 야구로 우승을 일구겠다고 선언한 염 감독은 8일 이어지는 2차전에서도 같은 타순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모처럼의 실전에서 심장이 터질듯한 중압감을 체험한 타자들이 정규 시즌에서의 자신감을 회복하면 kt 선발 윌리암 쿠에바스를 넘어설 수 있다고 LG는 기대한다.

LG 타선은 올해 세 차례 대결한 쿠에바스를 상대로 11이닝 동안 홈런 2방 등 안타 21개를 터뜨리며 14점을 뽑아내고 난타했다.

21년 만의 KS서 먼저 쓴맛 본 LG, 부담감 극복이 최대 과제
2019년 KBO리그에 데뷔한 쿠에바스는 LG를 상대로 통산 8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8.53으로 좋지 않다.

데이터가 통한다면, 그리고 LG가 정규시즌 때처럼 평정심을 찾는다면, 이번에도 능히 쿠에바스를 괴롭힐 수 있다.

다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전혀 다른 무대다.

LG 타선이 고영표에게 올 시즌 2승을 빼앗고 평균자책점 7.36의 굴욕을 안겼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고전한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화끈한 방망이와 주루로 리그를 주도했던 평소처럼, 열광적이고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는 트윈스 팬 앞에서 공격할 수 있느냐가 현재 LG 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젠 큰 경기 경험이 적다고 피해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