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 주고 세탁비 지원…세수 줄어도 복지 늘린 '이곳'
서울 남서쪽에 있는 양천구는 목동과 신정동, 신월동 3개 구역으로 나눠지는 'ㅂ' 모양의 구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이 땅을 양천(陽川)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최초의 시점은 고려 충선왕 때다. 그 전에도 살기 좋은 땅이었던 모양이다. 백제, 고구려, 통일신라 등이 이 땅을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렀고, 고려 초기 양광도에서 수주군(부천군의 옛이름)으로 행정구역이 바뀌는 과정에서 양원, 양평, 파릉, 제양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리고 충선왕 2년(1310년)에 '양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천공원 모습. 양천구청 제공
양천공원 모습. 양천구청 제공
건국 초기까지도 부천 김포 등 경기도의 일부였다가 1963년 서울 영등포구로 편입됐다. 1977년 영등포구에서 강서구로 떨어져 나왔고, 1988년 다시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분구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첫 해였다. 양천구는 17.406㎢인데 이 중에서 목동이 5.3㎢, 신월동이 4.9㎢, 신정동이 7.1㎢를 차지하고 있다. 목동 신월동 신정동은 3개의 법정동이고 이것이 다시 목 1~5동, 신월 1~7동, 신정 1~7동(5동은 없음) 등 18개 행정동으로 구분돼 있는 구조다.

2022 양천 통계연보에 따르면 양천구에는 45만487명이 거주한다. 가구당 평균 인구 수는 2.47명으로 서울 평균 수준이다. 지난해 양천구에서는 1827명이 태어나고, 2027명이 사망했다. 학교는 총 103곳이 있는데 유치원 39곳, 초등학교 30곳, 중학교 19곳, 고등학교 15곳이다. 전입(5만4952명)보다 전출(6만442명)이 많았다. 전반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134만5662원이었다.

인구 감소세 1인가구에 '밑반찬 바우처' 지급 추진

서울의 전체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양천구 인구는 약간 감소세다. 2017년에는 47만5018명이 살았는데 2021년에는 45만487명으로 줄었다. 이 기간 가구수는 17만6000여가구에서 18만1400여가구로 오히려 늘었으니 1가구에 사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사업체 수는 늘고 있다. 2016년에는 양천구 사업체가 2만6108개였는데 2020년에는 3만7183개로 증가했고, 종사자 수도 이 기간 11만7269명에서 13만371명으로 늘었다. 사업체 13만여 곳 중에서 대부분은 목1동(2만2000곳 가량), 신정 4동(1만7000여곳 가량), 목 5동(약 1만곳)에 몰려 있다.
최근 재건축 추진이 잇따르고 있는 양천구 목동 6단지 일대. 임대철 기자
최근 재건축 추진이 잇따르고 있는 양천구 목동 6단지 일대. 임대철 기자
양천구의 예산 규모는 전반적으로 증가해 왔다. 2016년에는 6227억원이었는데 2020년 1조원을 넘겼고 2021년 1조630억원으로 불었다.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모두 합해 9091억원이다. 여기에 추가경정 예산을 반영하면 9795억원인데, 그래도 전년 대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이은아 양천구청 예산팀장은 "작년까지는 지방세수가 많이 걷혀서 서울시에서 조정가산교부금이 추가로 내려왔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이 있었다"며 "올해는 세수가 대체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추가경정을 더 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취약계층에 세탁서비스 제공 계획

세수가 줄어드는 환경에서도 복지 지출을 줄이기는 어렵다. 양천구의 복지비 지출 비중은 작년 56%에서 올해 59%로 오히려 3%포인트 높아졌다. 전반적인 예산 규모가 줄어 비중이 더 커진 탓도 있겠지만, 기초연금 등 복지 대상자 증가로 인한 지출 부담이 커진 영향이 더 크다.

여기에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복지를 강조하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내년도 지방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산 절감 차원에서 복지 예산마저 줄이면 제일 힘들어지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만큼, 힘든 시기일수록 더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하라"고 강조했다. 대신 "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면밀한 성과분석을 통해 실효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고 신규 사업보다는 효과가 높은 검증된 사업을 더 확대하자"고 했다.
양천공원 모습. 양천구청 제공
양천공원 모습. 양천구청 제공
이에 따라 양천구는 2024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취약계층 관련 비용지출을 가급적 유지하거나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양천 희망의 집수리 비용과 저소득층을 위한 희망의 공부방 지원비용 2000만원 등 1억3000만원을 반영하는 방안(의회제출 예정)이 대표적이다.

이 팀장은 "희망의 집수리 사업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대상자를 중위소득의 60% 이하에서 70% 이하로 확대하고 희망의공부방 참여 대상자는 중위소득 100% 이하로 넓히는 등 전반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도와주기 위한 취약계층 세탁서비스 사업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5000만원을 배정해서 의회에 제출했다.

양천구는 특히 빠르게 1인가구가 늘어나는 곳이다. 젊은 층도 있지만 고령 인구가 1인가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밑반찬 바우처 사업도 새로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 계획에 2억5000만원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전진단 비용 등 재건축 관련 비용도 증가

최근 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을 지원하는 것도 양천구의 주요 현안이다. 양천구는 올해예산(추가경정 반영 예산 기준)을 짤 때 재건축 관련 지출을 2억5000만원에서 13억원 가량으로 늘렸다. 전년 대비 413% 늘어난 금액이다.

목동 2개단지에 대한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금액(6억1110만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목4동 모아타운 추진 관련 비용 2억8170만원 등도 반영됐다. 신월동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1억4700만원, 모아타운 추진비용 1982만원 등도 잡혔다. 이 일대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장이 계속 늘어나면 내년에도 이 부분에 관한 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