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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와 가출을 일삼으며 결별 원인을 제공했으면서 이혼을 청구해 성사시킨 배우자는 억대 위자료를 상대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이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이혼까지 요구하면서 배우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례가 생기면서 외도 등 한쪽의 책임이 확실해 벌어진 이혼 소송에서 연이어 대규모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2009년 “A씨는 다른 여자를 소개받아 만났고, 일방적으로 가출한 후 B씨와 연락을 끊었다”며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다른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불복절차를 밟았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A씨가 2016년 다시 제기한 이혼소송의 결말은 달랐다. 1심은 1차 이혼소송 때와 같은 이유로 이혼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에선 이혼을 인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A씨에게 있지만 혼인기간 재산 관리 주도권 등을 두고 벌어진 부부간 갈등도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A씨와 B씨는 이혼했다.
그러자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5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B씨는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음에도 혼인생활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A씨가 두차례나 소송을 제기해 끝내 이혼을 성사시킨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의 상당부문이 받아들여졌다. 1·2심 재판부는 “A씨는 상당기간 다수의 여성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하는 등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장기간 소송을 벌여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든 것도 B씨에게 꽤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아 생긴 B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불륜 상대한테 돈까지 줬다면 재산분할 소송에서 불리한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이혼 위자료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내연녀에 돈을 준 남편의 재산분할 비율을 아내보다 더 적게 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심대로 남편 C씨와 아내 D씨의 재산분할 비율을 45 대 55로 확정했다. D씨는 2019년 C씨의 휴대전화에서 내연녀와 부적절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것을 확인했다. 남편이 내연녀에게 총 600만원을 송금한 것도 알게 됐다. D씨는 그 후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C씨가 지금까지 내연녀에게 3500여만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쓴 돈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재산분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재산분할 비율이 50 대 50으로 정해졌지만, 2심은 이 비율을 45 대 55로 조정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외도한 사람이 내연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서 부부 재산에 변동이 생기면 (이혼할 때) 분할대상 재산범위와 분할비율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파탄내놓고 이혼 요구했으면 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A씨가 ‘B씨에게 2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원심대로 판결이 유지되면서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A씨와 B씨는 1974년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세 명을 낳으며 부부로 지내왔다. 그러던 중 A씨가 2006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혼인생활이 파탄난 원인을 제공한 A씨가 청구한 이혼은 성사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국내 법원은 ‘배우자 중 어느 한쪽이 동거 부양 협조 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를 위반해 명백한 이혼 사유가 생겼을 때만 상대방이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이혼 청구를 해선 안 된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1심 재판부는 2009년 “A씨는 다른 여자를 소개받아 만났고, 일방적으로 가출한 후 B씨와 연락을 끊었다”며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다른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불복절차를 밟았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A씨가 2016년 다시 제기한 이혼소송의 결말은 달랐다. 1심은 1차 이혼소송 때와 같은 이유로 이혼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에선 이혼을 인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A씨에게 있지만 혼인기간 재산 관리 주도권 등을 두고 벌어진 부부간 갈등도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A씨와 B씨는 이혼했다.
그러자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5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B씨는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음에도 혼인생활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A씨가 두차례나 소송을 제기해 끝내 이혼을 성사시킨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의 상당부문이 받아들여졌다. 1·2심 재판부는 “A씨는 상당기간 다수의 여성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하는 등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장기간 소송을 벌여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든 것도 B씨에게 꽤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아 생긴 B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억대 위자료 판결' 줄줄이 나오나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이혼 위자료 산정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을 두고 다툰 재판에선 3000만원 이하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혼인 파탄의 원인, 책임 정도, 혼인기간 등에 따라 억대 위자료를 지급하란 판결이 나온 적이 있긴 하나 손에 꼽는다. 최근 사례 중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이 대표적이다. 재판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불륜 상대한테 돈까지 줬다면 재산분할 소송에서 불리한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이혼 위자료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내연녀에 돈을 준 남편의 재산분할 비율을 아내보다 더 적게 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심대로 남편 C씨와 아내 D씨의 재산분할 비율을 45 대 55로 확정했다. D씨는 2019년 C씨의 휴대전화에서 내연녀와 부적절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것을 확인했다. 남편이 내연녀에게 총 600만원을 송금한 것도 알게 됐다. D씨는 그 후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C씨가 지금까지 내연녀에게 3500여만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쓴 돈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재산분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재산분할 비율이 50 대 50으로 정해졌지만, 2심은 이 비율을 45 대 55로 조정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외도한 사람이 내연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서 부부 재산에 변동이 생기면 (이혼할 때) 분할대상 재산범위와 분할비율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