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풀리자 환호?…"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현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환경부 '일회용품 단속 등 유예' 정책 내놔
"불편함 덜었다" 소비자·자영업자 반겼지만
"길거리 일회용품 '무단투기' 문제 심각해"
"정책 먼저 잘 돼야…시민의식 개선도 필요"
"불편함 덜었다" 소비자·자영업자 반겼지만
"길거리 일회용품 '무단투기' 문제 심각해"
"정책 먼저 잘 돼야…시민의식 개선도 필요"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내놔 일부 자영업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다회용품 등 교체를 위한 비용 증가와 인력난, 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규제 및 단속이 심했던 일회용품에 대한 일종의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전날 환경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규제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일부다.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실천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규제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보면, 2018년 기준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294억개에 달한다. 당시 정부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 컵 사용량을 84억개에서 55억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식당 등에서 종이컵 사용 금지와 컵 보증금제가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시행됐다.
하지만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등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분류되는 강남역 인근에서 길거리와 건물 모서리 등에 일회용 컵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을 손쉽 목격할 수 있었다. 쓰레기통을 바로 앞에 두고선 테이크아웃용 컵을 바닥에 버리고 간 경우도 있었다. 마시던 음료 등 내용물도 함께 남아있었다. 건물과 구조물의 벽돌 등 사이에 일회용 컵 등을 껴놓고 버리고 간 경우도 다수 목격됐다. 조형물이나 공공시설물 뒤에 종이컵 등이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숨겨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카페 매장 뒤편엔 일회용품 등이 잘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있기도 했다.
인근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한 사람이 어딘가에 컵을 버리고 가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그 주변에 버리기 시작한다"며 "그럼 금세 주변이 더러워지다 보니 보기 안 좋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텀블러 사용을 즐긴다는 한 시민은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고 싶었다"며 "거리를 걷다 보면 일회용 컵이 현대예술을 빙자한 듯 쌓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부터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책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에 반하는 데다, 기후 위기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소비자기후행동은 보도자료를 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할 골든타임은 이제 우리에게 약 5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규제는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견인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철회를 전면 수정하고 시민의식에 걸맞은 정책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소비자들도 정책의 변화와 관계없이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 등으로 인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간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바뀐 정책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에 나선 카페들도 눈에 띈다. 엔제리너스는 '지구를 살리는 착한 용기'를 사용해달라는 홍보문구를 부착한 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대신 애착용기(다회용기)를 활용해 불필요한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도록 '용기' 내달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도 전과 같이 '1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함께해달라'는 안내 문구를 강조하고 있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책과 별개로 환경을 위한 행동들에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자발적으로 다회용기 이용하는 사람들과 불편함을 굳이 감수하며 일회용품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사진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라면서도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확산하도록 정책이 잘 확립돼야 한다. 국민들은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얻어갈 수 있는 가치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고, 선한 의지를 발휘하는 시민들도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전날 환경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규제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일부다.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실천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규제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보면, 2018년 기준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294억개에 달한다. 당시 정부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 컵 사용량을 84억개에서 55억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식당 등에서 종이컵 사용 금지와 컵 보증금제가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시행됐다.
하지만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등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분류되는 강남역 인근에서 길거리와 건물 모서리 등에 일회용 컵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을 손쉽 목격할 수 있었다. 쓰레기통을 바로 앞에 두고선 테이크아웃용 컵을 바닥에 버리고 간 경우도 있었다. 마시던 음료 등 내용물도 함께 남아있었다. 건물과 구조물의 벽돌 등 사이에 일회용 컵 등을 껴놓고 버리고 간 경우도 다수 목격됐다. 조형물이나 공공시설물 뒤에 종이컵 등이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숨겨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카페 매장 뒤편엔 일회용품 등이 잘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있기도 했다.
인근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한 사람이 어딘가에 컵을 버리고 가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그 주변에 버리기 시작한다"며 "그럼 금세 주변이 더러워지다 보니 보기 안 좋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텀블러 사용을 즐긴다는 한 시민은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고 싶었다"며 "거리를 걷다 보면 일회용 컵이 현대예술을 빙자한 듯 쌓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부터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책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에 반하는 데다, 기후 위기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소비자기후행동은 보도자료를 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할 골든타임은 이제 우리에게 약 5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규제는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견인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철회를 전면 수정하고 시민의식에 걸맞은 정책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소비자들도 정책의 변화와 관계없이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 등으로 인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간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바뀐 정책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에 나선 카페들도 눈에 띈다. 엔제리너스는 '지구를 살리는 착한 용기'를 사용해달라는 홍보문구를 부착한 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대신 애착용기(다회용기)를 활용해 불필요한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도록 '용기' 내달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도 전과 같이 '1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함께해달라'는 안내 문구를 강조하고 있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책과 별개로 환경을 위한 행동들에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자발적으로 다회용기 이용하는 사람들과 불편함을 굳이 감수하며 일회용품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사진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라면서도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확산하도록 정책이 잘 확립돼야 한다. 국민들은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얻어갈 수 있는 가치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고, 선한 의지를 발휘하는 시민들도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