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컨트롤타워 필요…기업형 임대, 산업으로 육성해야"
주택 전문가들은 국내 주거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공공 만능주의’를 꼽았다. 꾸준한 임대용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를 짜야 하는데 ‘공공이 기준을 세우고 민간은 따라오라’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공공지원 민간임대)과 다주택자 등록임대사업 기준이 정권이나 선거 이슈에 따라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점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주택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긴 호흡에서 기업형 임대는 산업으로 육성하고 개인 임차인은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임대주택은 복지 아니라 산업”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은 “수도권 1기 신도시 등 대규모로 주택 공급이 필요했던 1990년대는 정부 주도로도 주거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었다”며 “생태계가 조성된 지금은 정부가 시장에서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노인주택, 청년주택, 중산층용 주택 등 시장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다. 윤 원장은 “민간에서 기민하게 반응해 필요한 시기에 수요층에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대출 등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형 임대 중 ‘민간제안 방식’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우리나라는 전세 때문에 임대 소득이 나오지 않아 장기 운영의 매력이 떨어진다”며 “아파트라는 단일 구조를 벗어나 자산소득이 발생하는 구조를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배당이 가능한 상품과 포트폴리오로 묶는 식이다.

근본적으로 민간임대를 주거 복지가 아니라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채욱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회장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민간임대주택을 상업용 부동산으로 분류한다”며 “연기금이 오피스에 투자해 적정 수익을 내듯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허용해줘야 민간임대산업이 선순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기업형 민간임대를 지으면 외국처럼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임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당 가능한 구조를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를 제도권에서 관리해야

이른바 ‘이념 논쟁’으로 유명무실해진 다주택자 등록임대 시장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택임대 시장의 80%에 달하는 개인을 제도권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역전세난 등 주거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등록임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전세사기 같은 일은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장은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임대인을 제도권 양지로 끌어올린 뒤 임대인과 임차인 간 표준적인 협의, 의무와 권리에 관한 관행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체계와 정부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급변하는 주거 시장을 못 따라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진미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주거 불안의 원인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제도가 문제의 본질과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문제도 한시적으로 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특별법이 아니라 이런 피해를 상시 구제하고 대응하는 일반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10년 단위의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고는 있지만 이행 점검은 부실하다”며 “정권이 바뀌면 다시 수정되다 보니 법정 계획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유정/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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