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진짜 민생, 가짜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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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통 근원은 실질소득 감소
물가 안정·이자비용 감소가 관건
'나홀로 호황' 은행 고통분담해야
차기 총선은 정책 경쟁의 무대
재정적자 키우지 않으면서
국민 부담 줄이는 방안 찾아야
조일훈 논설실장
물가 안정·이자비용 감소가 관건
'나홀로 호황' 은행 고통분담해야
차기 총선은 정책 경쟁의 무대
재정적자 키우지 않으면서
국민 부담 줄이는 방안 찾아야
조일훈 논설실장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는 민생이다.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어떻게 보살피느냐를 놓고 좌우 세계관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는 ①인물 ②구도 ③정책 가운데 정책 비중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아졌다. 야당은 확장재정을 요구한다. 정부가 돈을 풀면 성장률 3%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정부와 여당은 수세적이다. 각 부문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정부만은 건전 재정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막상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돈을 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재정 중독증이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재정지출을 단행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민생 전쟁의 핵심은 국민의 체감도다. 돈을 뿌리는 것이 가장 강력하지만 재정 악화는 필연적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물가와 환율을 자극해 취약계층을 더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는다.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계가 당하는 고통의 근원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다. 물가를 낮추고 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나랏돈을 축내지 않는 진짜 민생 대책이다. 물가를 낮추는 전통적 방책은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걱정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 정공법은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독과점 폐해를 줄여 경제 전반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까지 은행과 통신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당국자들의 거친 언사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과 별개로 나름의 까닭이 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것 같지만 양대 산업은 사실상 정부 면허사업으로 독과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정부가 완전경쟁에 가까운 식품시장에 개입하거나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독과점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비상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물가 대책이다.
은행이 18개에 이르는데 무슨 독과점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은행은 숫자와 관계없이 생래적으로 독점적 속성을 갖고 있다. 정부 면허 없이는 영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배타적 성격이 짙다. 대도시 도심이나 아파트 밀집 지역을 벗어나면 은행 점포 하나 구경하기가 너무 힘들다. 은행 업무의 급속한 디지털화로 노인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준금리는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는 계속 인상됐다. 그렇게 오른 금리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동안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큰돈을 벌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누구라도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은행 탓은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시대착오적 금산분리 규제를 통해 관치금융 구조를 안착시킨 정부 책임이 크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관료 출신이 두 곳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은 금융지주 2관왕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 주변에서만 단물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서민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시골에 은행 점포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왜곡된 자원 배분을 재조정하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휴대폰을 특별히 더 쓰는 것도 아닌데 매년 오르는 통신 요금도 마찬가지다. 한 통신사가 직원들의 워라밸 증진을 위해 격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일해도 생산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장기 고객 요금부터 먼저 깎아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
돈을 쓰지 않아도 국민들이 호응할 민생 대책은 널려 있다. 과거 뉴타운 정책 같은 주거 환경 개선, 1가구 2주택 규제 완화, 고용시장 유연성 확대, 기업집단규제 폐지, 스타트업 규제 혁파, 상속 증여세 인하, 각종 부담금 폐지, 건강보험 무임승차 근절, 의대 정원 1000명씩 늘리기, 마약·강력범죄와의 전쟁…. 얼핏 떠올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 종이컵 금지 폐기와 주세 인하도 국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다. 여야가 민생을 화두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다.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내 상대를 궁색하게 만드는 쪽이 이기는 승부다.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받아 진짜 민생이 나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국민의 승리고 정치의 힘일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수세적이다. 각 부문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정부만은 건전 재정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막상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돈을 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재정 중독증이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재정지출을 단행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민생 전쟁의 핵심은 국민의 체감도다. 돈을 뿌리는 것이 가장 강력하지만 재정 악화는 필연적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물가와 환율을 자극해 취약계층을 더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는다.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계가 당하는 고통의 근원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다. 물가를 낮추고 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나랏돈을 축내지 않는 진짜 민생 대책이다. 물가를 낮추는 전통적 방책은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걱정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 정공법은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독과점 폐해를 줄여 경제 전반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까지 은행과 통신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당국자들의 거친 언사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과 별개로 나름의 까닭이 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것 같지만 양대 산업은 사실상 정부 면허사업으로 독과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정부가 완전경쟁에 가까운 식품시장에 개입하거나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독과점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비상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물가 대책이다.
은행이 18개에 이르는데 무슨 독과점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은행은 숫자와 관계없이 생래적으로 독점적 속성을 갖고 있다. 정부 면허 없이는 영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배타적 성격이 짙다. 대도시 도심이나 아파트 밀집 지역을 벗어나면 은행 점포 하나 구경하기가 너무 힘들다. 은행 업무의 급속한 디지털화로 노인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준금리는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는 계속 인상됐다. 그렇게 오른 금리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동안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큰돈을 벌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누구라도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은행 탓은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시대착오적 금산분리 규제를 통해 관치금융 구조를 안착시킨 정부 책임이 크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관료 출신이 두 곳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은 금융지주 2관왕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 주변에서만 단물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서민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시골에 은행 점포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왜곡된 자원 배분을 재조정하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휴대폰을 특별히 더 쓰는 것도 아닌데 매년 오르는 통신 요금도 마찬가지다. 한 통신사가 직원들의 워라밸 증진을 위해 격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일해도 생산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장기 고객 요금부터 먼저 깎아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
돈을 쓰지 않아도 국민들이 호응할 민생 대책은 널려 있다. 과거 뉴타운 정책 같은 주거 환경 개선, 1가구 2주택 규제 완화, 고용시장 유연성 확대, 기업집단규제 폐지, 스타트업 규제 혁파, 상속 증여세 인하, 각종 부담금 폐지, 건강보험 무임승차 근절, 의대 정원 1000명씩 늘리기, 마약·강력범죄와의 전쟁…. 얼핏 떠올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 종이컵 금지 폐기와 주세 인하도 국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다. 여야가 민생을 화두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다.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내 상대를 궁색하게 만드는 쪽이 이기는 승부다.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받아 진짜 민생이 나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국민의 승리고 정치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