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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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부분 파업을 벌인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막판 협상을 했지만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다만 노조가 총파업 대신 한시적 파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최악의 교통대란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까지 경고성 파업”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서울 용답동에 있는 공사 본사에서 8일 오후부터 약 6시간에 걸쳐 최종 교섭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후 9시께 명승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일부 변화된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공사는 인력 감축, 안전업무 외주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정년퇴직 인력도 채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내일부터 10일 주간 근무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파업 중에도 교섭에 임할 의향이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6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특별수송 기간이니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며 “수능 이후까지 회사 측이 변화 없다면 2차 전면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가 대립하는 핵심 쟁점은 정원 감축을 포함한 경영혁신안이다. 서울시와 공사는 회사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6년까지 정원 1만6367명(2022년 말 기준)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2018년)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정원 감축은 곧 구조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 후 서울시는 곧바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이용 인원이 많은 2·3·5호선에 비상대기 열차를 투입하는 등의 대책을 공개했다. 파업 미참여자, 협력업체 직원 등 1만3500명을 투입해 지하철 수송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동시에 시내버스 배차량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출근시간대는 열차를 100% 운영하고 퇴근시간대는 평상시의 87% 수준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전체 지하철 운행은 평시 대비 82%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노조도 공사와 체결한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가 총파업 대신 시한부 파업을 택한 것은 지난해 파업 이후 악화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조는 경영혁신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작년 11월 30일에도 파업을 벌였으나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올바른노조 “기성 노조 책임”

이날 막판 협상에서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노동이사 임명 이슈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공사 노동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직원 선거에서 2위에 오른 서울교통공사노조 소속 장기현 후보 대신 3위를 한 올바른노조 소속 조은호 후보를 지난달 말 노동이사로 임명했다.

올바른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추진 중인 파업에 반대하고 공사 경영 문제의 해결 방안을 알리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선 기성 노조와 정치권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이 기존 직원들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돌아오고, 반복되는 파업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위반’이 적발된 기존 노조를 겨냥해 “회사에 나오지도 않고 불법적 임금, 초과수당을 타간 사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식/김대훈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