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한데"…한국인, 매운맛에 빠진 이유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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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식품업계 매운맛 경쟁 버거·만두·치킨까지 확산
불닭보다 매운 '신라면 더레드'
3개월 만에 1500만개 팔려
"매운 음식은 곧 콘텐츠"
SNS 발달로 인기 높아져
식품업계 매운맛 경쟁 버거·만두·치킨까지 확산
불닭보다 매운 '신라면 더레드'
3개월 만에 1500만개 팔려
"매운 음식은 곧 콘텐츠"
SNS 발달로 인기 높아져
![GS25 매대 앞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사진=GS리테일)](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902.1.jpg)
지난 몇 년 사이에 주요 채널로 떠오른 편의점을 두고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트렌드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편의점 매대가 최근 붉게 물들었다. 라면뿐만 아니라 과자, 냉동만두까지 매운맛 경쟁이 확대되면서 편의점 매대를 매운맛 제품이 가득 채웠다.
버거, 치킨, 피자 등 외식업계도 기존 제품의 맵기를 끌어올린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제품 스코빌지수를 보면 ‘한국인의 매운맛’이라는 농심 신라면이 순하게 느껴질 정도다. 대한민국은 왜 매운맛에 빠졌을까.
◆라면이 촉발한 매운맛 경쟁
‘매운맛 경쟁’은 올여름 라면 업계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 14일 농심은 기존 신라면보다 두 배 이상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한정 출시했다. 초반부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80일 만에 1500만봉 이상이 팔리자, 농심은 해당 제품을 정식 생산하기로 했다.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농심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825.1.jpg)
![세븐일레븐에서 고객이 대파열라면을 집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849.1.jpg)
![GS25 매운맛 키워드 상품 수(자료=GS리테일)](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897.1.png)
◆트렌드 된 매운맛
이제는 버거, 만두, 치킨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맘스터치는 ‘불불불불싸이버거’를 출시했다고 8일 발표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나 리퍼’를 재료로 만든 크레이지핫소스를 넣은 버거다. 이 소스는 스코빌지수가 4941SHU로, 기존 ‘불싸이버거’ 소스보다 네 배 이상 맵다.롯데웰푸드도 시중의 매운 만두보다 더 매운 ‘쉐푸드 크레이지 불만두’를 같은 날 출시했다. 사천지방 고추로 매운맛을 냈다. 스코빌 지수 2만3000SHU에 달하는 특제 소스로 맵기를 끌어올렸다.
![롯데웰푸드의 쉐푸드 크레이지 불만두(사진=롯데웰푸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827.1.jpg)
오리온의 ‘꼬북칩 매콤한맛’, 맥도날드의 ‘맥크리스피 스리라차 마요’ 롯데리아 ‘마라로드버거’ 모두 올해 시장에 나온 제품들이다.
◆SNS 타고 성장
한국인이 매운 음식을 즐긴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농심이 1986년 출시한 신라면이 매운맛 가공식품의 포문을 열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매운 짬뽕, 닭발, 떡볶이 등이 크게 유행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닭꼬치를 맵기 단계별로 나누어 판매하는 노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지금은 삼양식품이 2012년 정식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매운 라면의 계보를 잇고 있다.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여겨졌던 마라탕, 엽기떡볶이 등은 10~20대의 인기 식사 메뉴로 자리 잡았다.
![제품별 스코빌지수(자료=각 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25829.1.png)
그보다 더 큰 이유는 SNS의 발달이다.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인증을 남기는 것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매운 음식의 붉은빛,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는 모습 등은 영상으로 담았을 때 더 잘 표현되기 때문에 짧고 굵은 영상 위주의 SNS에서 충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10~20대의 식사는 영양분을 섭취한다는 의미를 넘어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며 “이들은 동일한 매운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기 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매운 음식을 구매해보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매운맛은 메뉴 개발이 용이하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것을 놀이로 즐기는 트렌드가 먹거리 영역에 쉽게 녹아들었다”며 “한국 음식 특성상 매운맛의 강도를 높여 새 제품을 출시해도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도전해볼 수 있어 기업들의 매운 음식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