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유전자 의약품' 허가 청신호…美바이오기업 주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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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32% 급등
글로벌 판권 가진 버텍스도 19%↑
FDA, 다음달 8일 허가 가능성 높아
자문위 "유효성 충분히 입증했다"
체내 유전자 편집하는 치료제 최초
희귀병서 시작해 적응증 확대할 듯
글로벌 판권 가진 버텍스도 19%↑
FDA, 다음달 8일 허가 가능성 높아
자문위 "유효성 충분히 입증했다"
체내 유전자 편집하는 치료제 최초
희귀병서 시작해 적응증 확대할 듯
미국 바이오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SP)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CRSP가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엑사셀'의 시판 허가에 청신호가 켜진 덕분이다. 이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판권을 가진 버텍스(VERX) 주가도 오르고 있다.
엑사셀은 유전자 편집에 활용할 수 있는 '크리스퍼/카스9' 반응을 이용하는 치료제로,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약효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CRSP와 VERX 목표주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지난달 3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엑사셀에 대해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아직 FDA의 시판 허가라는 관문을 통과한 건 아니지만, FDA는 자문위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은 절차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CRSP의 적응증(해당 의약품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질병)은 희귀 유전병인 겸상적혈구빈혈증(SCD)이다. 이 병 환자는 미국에 10만명, 전 세계적으로 770만명(2021년 기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이 있으면 산소를 운반하는 핏속 헤모글로빈이 낫 모양(겸상)으로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핏줄 속에서 적혈구가 엉키고 뭉치기 쉽다. 이 경우 환자는 심한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장기가 손상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 병은 골수 이식으로만 영구 치료할 수 있었는데 엑사셀이 개발되면 약으로 완치하는 길도 열리는 것이다. 이 치료제는 크리스퍼/카스9 반응을 활용해 환자의 몸 속에 있는 유전자를 직접 편집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있었던 다른 유전자 치료제와 다르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는 특정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환자의 몸 속에 넣어 효과를 얻은 뒤 해당 유전자는 사멸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냈고, 환자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를 직접 교정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크리스퍼/카스9으로 환자의 유전자를 직접 편집할 수 있게 되면 병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염기서열을 고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RSP가 지난 6월 유럽혈액학회에서 발표한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엑사셀을 투약한 SCD 환자의 94.4%가 혈관폐쇄 위기(VOC)를 12개월 이상 겪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CRSP가 엑사셀 외에도 여러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개발에 성공하면 다른 파이프라인에 크리스퍼/카스9을 적용하는 것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했다.
FDA는 다음달 8일 엑사셀에 대한 시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약효 검증이 사실상 끝났지만 아직 약값 책정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앞서 미국 비영리단체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엑사셀의 1회 투약 비용으로 200만달러(26억2500만원)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FDA가 ICER의 의견을 꼭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할 가능성은 있다. 버텍스는 "이 병 환자의 평생 치료 비용은 52억~78억원"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어 ICER와의 시각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FDA 자문위는 엑사셀을 시판한 뒤 15년 동안 환자 상태를 추적관찰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FDA 승인을 받는다는 건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쌓았다는 것"이라면서도 "엑사셀이 염기서열 중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편집하지는 않는지,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등을 장기 관찰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툴젠이 크리스퍼/카스9 연구에서 앞서 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CRSP 시판 허가의 영향으로 툴젠 주가도 이달 초부터 9일까지 53.13% 상승했다. 단 툴젠이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짧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툴젠의 파이프라인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툴젠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첫 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엑사셀은 유전자 편집에 활용할 수 있는 '크리스퍼/카스9' 반응을 이용하는 치료제로,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약효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CRSP와 VERX 목표주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美 CRSP·VERX 주가 수십% 급등
CRSP이 9일(현지시간) 51.26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비해 6.32% 떨어졌지만, 지난달 30일(38.93달러)에 비해서는 31.62% 오른 가격이다. VERX도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18.70% 상승했다.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지난달 3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엑사셀에 대해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아직 FDA의 시판 허가라는 관문을 통과한 건 아니지만, FDA는 자문위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은 절차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CRSP의 적응증(해당 의약품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질병)은 희귀 유전병인 겸상적혈구빈혈증(SCD)이다. 이 병 환자는 미국에 10만명, 전 세계적으로 770만명(2021년 기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이 있으면 산소를 운반하는 핏속 헤모글로빈이 낫 모양(겸상)으로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핏줄 속에서 적혈구가 엉키고 뭉치기 쉽다. 이 경우 환자는 심한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장기가 손상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 병은 골수 이식으로만 영구 치료할 수 있었는데 엑사셀이 개발되면 약으로 완치하는 길도 열리는 것이다. 이 치료제는 크리스퍼/카스9 반응을 활용해 환자의 몸 속에 있는 유전자를 직접 편집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있었던 다른 유전자 치료제와 다르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는 특정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환자의 몸 속에 넣어 효과를 얻은 뒤 해당 유전자는 사멸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냈고, 환자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를 직접 교정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크리스퍼/카스9으로 환자의 유전자를 직접 편집할 수 있게 되면 병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염기서열을 고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RSP가 지난 6월 유럽혈액학회에서 발표한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엑사셀을 투약한 SCD 환자의 94.4%가 혈관폐쇄 위기(VOC)를 12개월 이상 겪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CRSP가 엑사셀 외에도 여러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개발에 성공하면 다른 파이프라인에 크리스퍼/카스9을 적용하는 것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8일 FDA 시판 허가 '청신호'
이런 전망을 반영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기업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날 기준 CRSP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88.4달러로 최근 종가보다 72.45% 높다. VRTX 목표주가 역시 최근 종가 대비 7.07% 높은 394.63달러다.FDA는 다음달 8일 엑사셀에 대한 시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약효 검증이 사실상 끝났지만 아직 약값 책정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앞서 미국 비영리단체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엑사셀의 1회 투약 비용으로 200만달러(26억2500만원)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FDA가 ICER의 의견을 꼭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할 가능성은 있다. 버텍스는 "이 병 환자의 평생 치료 비용은 52억~78억원"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어 ICER와의 시각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FDA 자문위는 엑사셀을 시판한 뒤 15년 동안 환자 상태를 추적관찰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FDA 승인을 받는다는 건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쌓았다는 것"이라면서도 "엑사셀이 염기서열 중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편집하지는 않는지,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등을 장기 관찰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툴젠이 크리스퍼/카스9 연구에서 앞서 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CRSP 시판 허가의 영향으로 툴젠 주가도 이달 초부터 9일까지 53.13% 상승했다. 단 툴젠이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짧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툴젠의 파이프라인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툴젠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첫 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