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KT 본사. 한경DB
서울 광화문 KT 본사. 한경DB
“사람이 쓰는 통신 가입자 2위는 그대로 KT입니다.”

KT가 정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상 3위 사업자로 주저앉은 것을 두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9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순위가 뒤집혔다고 통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KT “휴대폰 회선 2위 변함 없다”

김영걸 KT 커스터머부문 상품기획담당(상무)은 이날 간담회에서 “휴대폰 시장 가입 점유율은 여전히 LG유플러스보다 앞서 있다”며 “사람이 쓰는 회선 격차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이동통신’으로 인식하는 휴대폰 가입자만 따지면 KT가 여전히 2위라는 설명이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이동통신 총 가입 회선(알뜰폰 제외)은 SK텔레콤 3116만8214회선, LG유플러스 1801만6932회선, KT가 1713만3388회선 순이다. ‘만년 3위’로 불리던 LG유플러스가 88만3547개 차이로 KT를 역전한 것이다. 이들의 순위가 바뀐 것은 1996년 LG유플러스 창립 후 27년 만이다.

김 상무는 “이 통계엔 사물지능통신 가입 회선이 포함돼 이동통신 가입 현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다”며 “난해한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사람이 쓰는 통신과 사물지능통신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가입 회선(일반 소비자)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이 2310만회선으로 굳건한 1위고 KT(1359만회선) LG유플러스(1101만회선) 순이다. LG유플러스는 사물지능통신 회선을 크게 늘리면서 전체 통계상 2위를 기록했다는 게 KT 측 얘기다. 김 상무는 “사람이 쓰는 통신은 사물 기반으로 움직이는 통신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 또한 좋다”며 “시장 특성이 다른 영역을 한 데 묶어 보는 것은 해석과 판단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물지능통신은 월평균 사용금액(ARPU)이 수백~수천원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휴대폰의 ARPU는 3만원대로 전체 시장 규모가 23조원에 이른다. 김 상무는 “휴대폰 시장에서의 실적 지표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5세대(5G) 가입자 비중이 얼마나 크냐가 관건”이라며 “5G 비중은 KT가 70%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다”고 했다.

LG유플 “IoT 시장도 중요…경쟁력 키웠다”

LG유플러스 측은 KT의 주장이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발표해 온 회선 수를 순위가 뒤집혔다고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입회선을 늘린 것을 왜 폄훼하느냐”고 강조했다. 도리어 KT가 LG유플러스에 비해 사물지능통신 시장 경쟁력이 뒤처진 게 통계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휴대폰 가입자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알뜰폰 및 사물지능통신 사업의 양적 성장을 위한 가입 회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무선 가입 회선 수는 커넥티드카 등 사물지능통신 가입 회선 증가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KT가 최근 휴대폰 외 이동통신 분야에서 LG유플러스에 비해 약화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KT도 이 점은 인정했다. 알뜰폰(MVNO) 수치로 분류되는 차량 관제만 해도 그동안 KT가 하던 현대자동차 ‘카인포테인먼트’ 회선을 지난해 LG유플러스에 내줬다. 김 상무는 “LG유플러스가 현대자동차와 계약한 것은 뼈아픈 사실”이라며 “복기하면서 잘해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물지능통신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에 도움 되는 사업으로 판단되면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이 같은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적극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집계 방식을 사람과 사물을 분리하는 식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철호 KT 정책협력실 사업협력담당(상무)은 “과기정통부도 이용자 해석과 판단에 오해가 없도록 사람과 사물 통신을 구분해서 집계하겠다는 방침”이라며 “개편을 논의할 때 의견을 적극 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