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참아' 석유기업 쉘, 그린피스에 200만달러 소송 [원자재 포커스]
그린피스, 대서양 해상 유전 플랜트 점거시위
140만달러 합의 제안 거절


영국 석유기업 쉘이 올해 초 13일간 선박 점거 시위대를 벌인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쉘은 그린피스를 상대로 최소 210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월 그린피스 활동가 6명이 대서양 셰틀랜드 제도 북동쪽의 펭귄스 유전 및 가스전에 설치할 쉘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를 운송하는 선박에 탑승해 시위를 벌인 사건에서 비롯됐다. 쉘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시위대에 대한 두 차례의 금지 명령을 확보하는 데 드는 법적 비용과 추가 안전 선박을 동원하는 데 사용한 비용이다.

쉘은 시위대가 선박에 승선한 1월 31일의 비디오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영상에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작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건너 거대한 FPSO에 접근한 후 밧줄을 이용해 갑판으로 올라타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Reuters
사진=Reuters
쉘은 당초 그린피스가 향후 전 세계 해상 또는 항구의 쉘 자산에서 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한다면 140만달러에 합의를 보겠다고 제안했다. 그린피스는 그러나 쉘이 2030년까지 모든 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2021년 네덜란드 법원 판결을 준수할 경우에만 더 이상의 항의하지 않겠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쉘의 네덜란드 법원 소송은 항소심 진행중이다.

그린피스는 과거 항의 활동 후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한 적이 있지만, 이정도 규모의 청구는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 영국 사무소의 아리바 하미드(Areeba Hamid)공동 상임이사는 "청구 금액의 규모는 50년 이상의 그린피스 역사상 가장 큰 법적 위협"이라며 "시민단체를 짓밟고 기후 정의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쉘은 FT에 "시민들의 항의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펭귄 유전은 2002년부터 석유를 생산해 왔다. 2018년 쉘은 프로젝트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 유전은 하루에 4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쉘은 작년 한 해 40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는 하루에 약 1억 1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