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생산라인 증설 나설 듯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128단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전통)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하자 내린 극약처방이다.
감산 효과는 올 4분기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이 2년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재고를 소진한 스마트폰·PC 업체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가 주문을 재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음에도 삼성전자가 감산 중단 결정에 신중한 것은 구형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선 공급 과잉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서다. 고정거래가격이 반등했지만 2021년 7월 전고점에 비해선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D램 대비 재고 소진이 훨씬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시장 수급과 고객 수요, 가격 움직임 등을 감안해 감산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감산 중단은 낸드플래시보단 D램에서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D램 공급 정상화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내년 초 일부 제품의 감산을 중단하더라도 웨이퍼 투입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기간만 3~4개월 걸리기 때문이다. 감산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LPDDR5X, 8세대 낸드플래시 기반 모듈 제품 등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의 투자는 이어간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충남 천안캠퍼스 내 건물과 부지를 105억원에 매입한 것도 HBM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