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시행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0여 개 기업이 한국 국세청에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9일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7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다음달 중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다국적 기업이 저율 과세 국가를 찾아다니며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1년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로 143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협의체 포괄적이행체계(IF)에서 합의됐다. 핵심은 국가마다 다른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적용하는 것이다. 15% 미만의 실효세율로 저율 과세하는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세금 차액을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 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다. 정부기관,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연금펀드, 투자펀드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에선 사업장을 베트남에 둔 삼성전자나 헝가리에 둔 SK온 삼성SDI 등 200여 개 기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추가로 내야 할 세금만 연간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예컨대 국내 모기업인 A사가 법인세 실효세율이 10%인 B국가에서 지분을 60%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면 실효세율 차이는 5%포인트(15%-10%)다. A사 자회사가 B국가에서 벌어들인 글로벌 최저한세소득(순손익에 조정사항을 반영한 소득)이 100만유로라고 가정할 경우 A사는 한국 국세청에 3만유로(100만유로×5%×60%)를 추가로 내야 한다.

필라2로 불리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OECD가 추진하는 국제조세 개편의 두 축 중 하나다. 디지털세를 뜻하는 필라1은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국제조세 규약이다. 구글 등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고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도입이 추진됐다.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필라1 도입은 당초 내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됐다.

강경민/황정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