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해운업 침체…탄소중립, 조선사에 기회"
“컨테이너산업은 2025년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건축 자재, 가구, 가전제품 등이 대량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피터 터치웰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해운담당 부사장(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운시장을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화물들이 혼잡한 항만에 묶여 있었고, 미국과 유럽 수요도 높아 운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항만이 혼잡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터치웰 부사장은 해운업이 부진한 원인으로 세계적인 주택 수요 부진을 꼽았다. 그는 “컨테이너 운송 수요의 상당수를 주택 부문이 주도하고 있는데, 미국 기준금리가 40년 만에 가장 빠르게 상승하며 사람들이 신규 주택 대출을 받거나 재융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상품보다 서비스를, 주택 리모델링보다는 여행 지출을 더 늘리는 추세도 부진의 원인으로 들었다.

터치웰 부사장은 “올 연말 성수기 배송 시즌은 특히 조용하다”며 “물동량은 팬데믹으로 (물동량이) 치솟기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뉴욕연방은행은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가 1997년 후 최저치인 -1.7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터치웰 부사장은 이런 불경기 속에서 “화물량을 유연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5~6년간 해상 운송업체들은 화물량을 매우 기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해운사들이 해운동맹을 체결하면서 화물량과 운행편을 공동으로 정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더욱 유연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터치웰 부사장은 앞으로 부상할 해상 물류 허브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을 꼽았다. 전 세계 제조업이 중국이 아니라 인도, 베트남 등에 새 생산기지를 건설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1)’ 전략 때문이다. 그는 “기업들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를 내듯 운송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공급망을 다각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터치웰 부사장은 지난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발표한 ‘2050 해운 탄소중립’ 계획이 세계 조선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은 돛에서 증기로, 증기에서 내연기관으로 항해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같다”며 “새로운 종류의 선박을 만들기 위해 한동안 조선소는 바쁘게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김인엽 기자/사진=이솔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