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7000억원 증액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지역화폐 증액 등을 골자로 한 행안위 소관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행안위는 총 22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인 1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재적 인원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국회법상 민주당이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병원 민주당 행안위 간사는 “지역화폐의 경제 진작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정부·여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지역화폐 예산은) ‘이재명표 예산’이 아니라 민생을 지키고 지역화폐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가 가까워지니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는 모양”이라며 “정치적인 뻔한 술수를 멈춰야 한다”고 맞받았다. 여야 간 말싸움이 격해지며 이날 회의는 10분가량 정회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예산 증액을 위해선 정부 동의가 따라야 하기에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예산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2023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민주당이 행안위에서 7050억원으로 복구하는 수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후 관련 예산은 여야 간 합의를 통해 3525억원으로 최종 편성됐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