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로 10조원가량을 집행한다. 올해보다 약 50%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해빙기’에 선제 대응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4년 설비투자(CAPEX)로 10조원가량을 편성하기로 했다. 올해 설비투자 추정치(6조~7조원)보다 3조~4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하는 HBM 설비 증설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으로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HBM 제작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과 공정 투자도 늘린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D램으로 통하는 DDR5, LPDDR5 등의 생산 설비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이 2년3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하는 등 D램 시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낸드플래시 분야 투자는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집중하는 HBM은 ‘완판(완전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세대 제품인 ‘HBM3’와 5세대 제품인 ‘HBM3E’의 내년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며 “2025년 HBM 물량도 고객사·파트너사와 생산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 시장을 놓고 벌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양사는 HBM 시장에서 서로 과반을 점유했다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2.5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일 HBM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충남 천안사업장 일부 건물과 설비를 105억원에 매입했다.

김익환/황정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