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으로 매매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전세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고금리 지속으로 매매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전세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의 전세 최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한때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10억원대를 밑돌았던 전용면적 84㎡짜리 전세보증금이 15억~16억원대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지속으로 매매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실수요자가 몰린 전세시장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최고가인 14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9억~10억원대 계약이 이뤄진 단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지난달 최고가인 20억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21% 올라 지난 5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25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주(0.19%)보다 상승 곡선도 가팔라졌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12%로 16주 연속 올랐다. 수도권도 0.20%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역전세를 우려하던 시장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계약갱신 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역전세가 감지됐지만, 최근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계약갱신도 적지 않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기존 전세보증금이 13억2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59㎡도 기존 보증금(8억9000만원)보다 높은 10억원에 계약을 갱신했다.

매매시장이 주춤하자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관망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매매시장은 오름폭이 3주째 줄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로 17주 연속 올랐다. 상승 폭은 한 주 전(0.04%)보다 둔화했다. 서울(0.07%→0.05%)과 수도권(0.07%→0.04%)의 상승 폭도 모두 축소됐다. 강남구(0%)도 29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전히 전셋값 고점 수준이 아닌 만큼 역전세 우려가 100% 해소된 건 아니다"며 "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동안 전세시장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