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에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서울 중구 제일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한경DB
잠재성장률 하락에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서울 중구 제일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한경DB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2%를 밑돌고 내년에는 1.7%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저출산, 고령화, 혁신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겹친 탓에 생산요소를 최대한 가동해도 경기 과열을 감수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이 1%대 중·후반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을 밑돈다.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 의미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반에서 늘 20등을 하던 중학생 A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친구들과 놀거나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책상에 앉으면 최대한 집중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학생을 지켜봐온 담임교사는 A군 부모님과 상담하며 이렇게 장담했다. “A가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3등까지 충분히 오를 수 있어요.”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을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의 최대치를 뜻한다. 공부에 올인한 A군이 3등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담임교사의 전망과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잠재성장률엔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치솟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아야 한다. 매일 밤을 새워 공부하면 결국 쓰러질 테니 말이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0년대 말 금융위기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대체로 실제 성장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제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란 점이다. 어느 나라든 선진국이 될수록 성장률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높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동 투입량을 확 늘리기 어려운 데다 경제 규모가 이미 커져 자본 투입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선 생산성 향상이 유일한 해법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노동·금융 부문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다.

노동력 감소 상쇄할 혁신 필요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요소는 노동, 자본, 생산성 혁신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출산율이 낮고 작년부터 아예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우리나라에서 노동력 감소를 상쇄할 만한 자본투자나 생산성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