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로 치부 안돼"…美상업용부동산 대출연체 '위기 경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건물주들이 제때 갚지 못한 은행 대출액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뱅그레그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상환이 미뤄진 대출 금액(이 기간 내 1회 이상 연체)은 직전 분기보다 40억달러(30%) 증가한 177억달러(약 23조원)를 기록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최근 1년 동안만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불어났다.

이는 위워크의 파산 보호 신청에 따른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미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뉴저지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관련 절차가 시작되면 미 전역에서 수십 건의 부동산 임대 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되면서 건물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웰스파고는 미국 내 대형 금융기관 중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노출된 정도가 가장 크다. 이 은행이 돌려받지 못한 대출 잔액은 1년 전 4억달러에서 지난 3분기 34억달러로 9배 가까이 늘어났다. 마이크 산토마시모 웰스파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직 어떠한 실질적인 손실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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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행 중에선 피츠버그의 PNC의 연체액이 7억2300만달러에 이른다. 1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 은행의 롭 레일리 CFO는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예상했던 압력이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확실성, 원격 근무 확산에 따른 사무실 임차 수요 감소 등에서 비롯됐다. 지난 3월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은행 위기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미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으로 지목된 상태다. 올해와 내년 미국에서만 약 1조4000억달러(약 1846조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집계돼 부채 압박이 경제 전체를 짓누를 거란 전망이다.

만기가 지난 대출액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해 부동산 시장 대출 환경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선 사무실 임대업자들을 중심으로 상환 압력이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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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엘링턴매니지먼트그룹의 레오 황 상업용 부동산 부문 책임자는 “딸꾹질(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며, 한 번 걸린 후 회복되는 코로나19같은 병도 아니다”라며 “자산 가격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대출 연체액은 계속해서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케빈 페이건 상업용 부동산 분석 책임자도 “앞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연체율이 상승할 전망”이라며 “실제 손실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들은 부실 대출 증가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대출 조건 수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자를 탕감하거나 만기를 연장해 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를 최근 3개월 동안 7억5000만달러 늘렸다. 업계 전체로 보면 이런 식으로 재조정된 대출 규모는 지난 6개월 새 60억달러 증가했다.

시장분석기업 웨일런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토퍼 웨일런 대표는 “은행들이 (건물주들에게) 빌려준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만기를 연장하겠지만, 대출 회수 결정을 내리면 건물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