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올리패스, 위약군 효능 두 배…“타이레놀 아닌 CRO 문제 추정”
올리패스가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의 호주 임상 2a상에서 위약군 대비 우월함을 입증하지 못했다. OLP-1002는 올리패스의 밸류에이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향후 올리패스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리패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00% 하락한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전일 역시 올리패스의 주가는 26.82%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800억원대를 횡보하던 시총은 반토막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올리패스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OLP-1002의 임상 2a상 결과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 4시 올리패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OLP-1002 호주 임상 2a상 이중맹검 해제에 따른 잠정 효능 분석 결과’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주요 내용은 이중맹검 해제에 따라 올리패스가 59명의 임상 참여자들의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다. 이중맹검 임상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른 채로 진행된다. 주관적인 편향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올리패스는 2021년부터 OLP-1002 진통 효능을 보기 위해 호주 임상 2a상을 진행했다. 고관절 및 슬관절염으로 인한 중등증 이상의 통증을 수반한 환자에게서 OLP-1002 피하주사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을 평가했다.

환자는 위약군, OLP-1002 1마이크로그램(mcg) 투약군, OLP-1002 2mcg 투약군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효능을 평가했다. 1차지표는 ‘WOMAC’ 통증 스코어와 ‘VAS’ 스코어다. WOMAC은 환자와의 24개 설문으로 이루어진다. VAS는 자신이 느끼는 통증과 맞는 얼굴 표정을 선택하도록 하거나 의료진이 환자 표정을 보고 평가하기도 한다. 두 지표 모두 통증을 평가한다.

이번 임상의 추적 기간은 마지막 투여일로부터 6주다. WOMAC 분석 결과, 위약군은 3주차에 통증이 46% 감소한 후 6주까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반면 OLP-1002 1mcg은 투약 3주차 이후 통증 감소가 21% 수준이 유지됐다. OLP-1002 2mcg는 3주차에 33%의 통증이 감소한 후 6주차에 27% 감소했다. 즉 통증 감소 효능이 위약군이 투약군보다 두 배 가까이 우월했다.

VAS 역시 위약군의 통증 감소 효능이 투약군보다 앞섰다. 위약군은 투약 후 통증 감소 효능이 나타났으며, 3주차부터 44% 내외의 감소, 이 효능이 6주차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OLP-1002 1mcg 투약군은 투약 후 6주간 19% 내외의 감소가 유지됐다. OLP-1002 2mcg 투약군은 5주차에 28% 감소한 후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들면서 6주차에 25% 감소했다.

종합해 보면 통증 감소 효능이 가장 뛰어난 환자군은 위약군이다. 뒤이어 OLP-1002 2mcg 투약군, OLP-1002 1mcg 투약군 순이다. 회사 측은 자체 분석 결과와 탑라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통계는 방식에 따라 디테일한 차이가 난다”면서도 “우리가 동일한 데이터 값을 입력하기 때문에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위약군이 타이레놀을 과하게 복용해서 발생한 결과라는 문제제기를 한다. 이번 임상은 입원한 환자 대상이 아니다. 관절염 통증 환자이며, 통원 임상을 진행했다. 타이레놀은 위약군과 투약군 모두 하루 4g까지 자유롭게 복용할 수 있었다.

올리패스는 타이레놀 때문에 위약군의 효능이 높게 나온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우리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적응증은 하루 4g까지 타이레놀을 처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증 관절염 환자에게 타이레놀의 통증 감소 효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약군 일부 환자는 통증 감소 효능이 70~80%까지 나오기도 했다”며 “의학적으로 타이레놀만으로 이런 통증 억제 효과가 나오는 건 드물다”고 했다. 이어 “위약군의 타이레놀 복용 기록을 보면 별로 먹지도 않았다”며 “통증 임상을 많이 해 본 전문가들과 얘기해 보면 임상에서 위약군의 통증 감소 효능은 10~15%가 통상적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위약군 효능이 이렇게까지 높게 나온 건 심각한 문제이며,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관리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향후 올리패스는 OPL-1002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 신약 프로세스를 밟을 예정이다. 정 대표는 “통증의 적응증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적응증을 잘 선택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4시 35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