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역사상 네번째 '공매도 전면금지' 코스피 하루 새 134p 올랐다 [사진 issue]
'중림동 사진관'에 쓰여진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반영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 134P 급등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첫날 국내 증시 상승폭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주는 줄줄이 가격제한폭까지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쇼트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환매수) 효과가 이어지면서 공매도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주가 왜곡과 거품, 외국인 이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코스피 지수는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마감하며 단숨에 2500선을 탈환했다. 코스닥지수도 57.40포인트(7.34%) 급등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폭은 역대 최대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3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6일 2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이 에코프로 등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6일 2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이 에코프로 등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그동안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던 2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SK이노베이션(13.42%) 등도 급등했다. 삼성전자(1.87%), SK하이닉스(5.72%), 현대자동차(2.60%) 등 시가총액 상위주도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는데 세계적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매도는 시장 변동성을 줄여주는 장치"라며 "한국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국제 금융의 메이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금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강은구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강은구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6일부터 내년 6월28일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거래 적발 등으로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 공매도 폐지 여론이 들끓자 금융감독당국이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금융위원회의 이번 발표에 따라 기존에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었던 코스피200, 코스닥 150지수 350개 구성 종목을 포함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 종목에 신규 공매도 진입이 막힌다. 공매도 투자자는 기존에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의 청산만 할 수 있다. 다만 과거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있다./강은구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있다./강은구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최근 커진 증시 변동성과 관행화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는 국내 증시 역사상 네 번째로 나온 조치다. 금융감독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19 사태 때 증시 급락 등을 사유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했다.


개미들 아우성에 ··· 멀어지는 韓 자본시장 선진화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금융감독당국은 '시장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총선을 앞둔 여권의 압박에 그간 기조를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본시장 여건 조성을 위해선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자가 5만 명을 넘겨 국민의힘은 지난달 중순부터 공매도 전면 중단을 주요 의제로 밀었다.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 선진화 면에선 '뒷걸음질'이라는 게 금융투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거시경제 변수와는 거리가 먼 이유를 들어 공매도를 갑자기 금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과 동떨어진 단독 행동이 해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 규제는 자본시장 선진성을 따질 때 국제기구와 기관 등이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2020년 코로나 19 사태로 공매도를 전면 제한한 뒤 이듬해 초까지 제한을 풀지 않자 '한국 경제 상황을 볼때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발표하기로 했다.


외국인, 공매도 청산 ··· "단기 쇼트커버링 장세 나타날 듯"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했다./김범준 기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했다./김범준 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1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7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중 상당 비중이 공매도 청산을 위한 쇼트커버 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쇼트커버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투자자가 이를 갚으려고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그간 박스권에 갇혀이던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분간은 공매도가 쌓인 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재료가 소멸하면 다시 펀더멘텔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2020년3월16일~6월12일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2차전지주는 전망이 어두운게 사실"이라며 "주가에 거품이 낀 상태로 한꺼번에 터질 경우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미들 환호 ··· 종목토론방 하루종일 시끌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에코프로, 100만원 돌파 가즈아." "5년치 은행이자 한 번에 벌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6일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모인 네이버 종목토론방은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에 하루종일 시끌벅적했다. 이날 증권가에 따르면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한 전날부터 수혜주 리스트가 인터넷에 확산됐다.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스피 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개장과 동시에 2차전지, 바이오 등 일부 종목에 개미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종목토론방엔 '공매도 비중 1위 호텔신라 추천' '수혜주 최고봉은 2차전지 기업' 등 유망 투자처를 분석하는 게시글이 잇달았다.


"바이오·게임·중국테마주 주목"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마감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전문가들도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앞다퉈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공매도 잔액이 많이 쌓였던 종목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호텔신라, SKC, 롯데관광개발 들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2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성장주, 면세여행 유통 등 중국 소비테마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로 인한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준 연구원은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쇼트커버(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들이는 것)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증시 상승세가 특정 종목에 쏠린 것도 향후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