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중산층용 임대주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 실적이 올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5년간(2021~2026년)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할지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시 장기전세 '빨간불'…올 목표치 13%만 공급
강동길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장기전세주택 공급 물량(사업시행인가 기준)은 1924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목표치인 1만4666가구의 13.1% 수준이다. 공급분 대부분은 전세형 임대주택(713가구), 공공전세주택(539가구), 민간임대주택(303가구), 가로주택정비사업(283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민간주택 매입형’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3년으로 넓히면 공급 물량은 1만7363가구로 목표치(2만7470가구)의 63.2%다. 다만 ‘공공기여 주택 활용형’과 ‘민간주택 매입형’에 치우쳐 있어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시의회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가 신규 발굴하기로 한 상당수 사업모델에서는 공급분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이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건설형 장기전세’와 ‘민간토지 임차형’, ‘공동출자형’, 민자 철도역사와 장기전세주택을 복합 건설하는 ‘철도역사 복합형’은 아직 한 채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은 시세의 80% 수준 전세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하는 중산층 임대주택이다. 서울 강남 등에 있는 브랜드 아파트인 데다 면적도 넓어 선호도가 높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재취임한 2021년부터 2026년 6월까지 5년간 장기전세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서울 내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인허가, 착공, 분양(승인), 준공(입주) 등 선행지표 물량이 감소하고 있어 내년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공공기여 임대주택과 기존에 행복주택으로 공급하던 임대주택도 장기전세주택으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 의원은 “입주 물량으로 보면 3년간 공급 물량이 392가구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