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맘카페를 삐딱하게 보는 이들에게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최근 출간된 <맘카페라는 세계>는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에 대한 비난에 물음표를 던지며 출발한다. 맘카페는 이제 권력이 됐다고들 말한다. “맘카페에 안 좋은 글을 올리겠다”며 지역 상인에게 갑질을 하고, 논란이 된 인물의 신상을 털며 사적 보복을 한다는 것이다. 정치 세력화의 본거지라고도 한다.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을 표방하는 <맘카페라는 세계>는 2010년대 후반 맘카페를 개설하는 일에 참여한 저자가 맘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 작동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기준 맘카페는 약 1만2000개에 달한다. 맘카페에 많은 엄마들이 빠져들고 의지하는 이유, 내부에서 펼쳐지는 소동,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정 노력과 좌절까지 다룬다. 저자는 1985년생으로 국책은행에서 10년간 일하다가 결혼 후 1남1녀를 키우며 현재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

책은 맘카페가 정치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지역 현안과 밀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정치 글 금지’ 원칙을 세웠지만, 공공의대 설립으로 의료진이 파업을 선언했을 때 “오늘 동네 소아과 대부분 휴진인데, 아이가 갑자기 토하고 아픈데 어떡하죠.” 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 글을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맘카페가 운영 규칙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폐기하는 과정 등은 내부자만이 증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르포르타주로 읽힌다. 기업들에 맘카페는 매력적인 마케팅 공간이고, 맘카페 회원들은 실사용자의 후기와 경험담을 더 원한다. 이들 간 줄다리기는 맘카페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결국 맘카페를 폐쇄적 공간으로 만든다.

책은 제5장 ‘고립된 성(城)’을 통해 엄마들이 스스로를 ‘약자’로 정체화하고 회원들끼리 뭉쳐 본인의 억울함을 해결하려 하는 태도가 맘카페의 공격성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제6장에서는 엄마, 모성에 대한 혐오와 몰지각을 다룬다. 증오와 낙인찍기는 대개 무지와 몰이해로 발생하고, 이는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다. 아직도 ‘맘충’이라는 단어를 무람없이 읽고 쓰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