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최근 세종시에서 가동에 들어간 ‘각(閣) 세종’은 말 그대로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축구장 41개 크기인 29만4000㎡ 부지 위에 60만 개 서버를 수용할 수 있게 건설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규모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난 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로 ‘각 춘천’을 운영해온 노하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역량을 결집했다. 약 48개월의 건설 기간에만 생산 유발 7076억원, 취업 유발 효과 3064명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한 도시 특성상 지역산업 경쟁력이 약한 세종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일거에 획득해 관련 첨단 산업·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데이터센터는 원래 각 세종이 아니라 ‘각 용인’이 될 뻔했다. 네이버는 2013년 각 춘천을 가동한 뒤 2017년 제2의 데이터센터를 용인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꾼과 환경단체의 허구적 논리에 포획된 일부 주민 반대에 용인시는 부지 매입까지 마친 사업 계획을 무산시켰다.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초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주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란 괴담성 선동 탓이었다. 데이터센터 전자파가 일반 가정집 평균 전자파 측정치(0.6mG)보다 낮다는 전문기관의 과학적 조사 결과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민 설득에 발 벗고 나서야 할 용인시는 수수방관했다.

급해진 네이버는 용인을 대신할 데이터센터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공모에 나섰다. 전국에서 96곳이 뛰어들었고, 결국 세종시가 경쟁자를 제치고 선정됐다. 전자파에 관한 주민 불안 해소는 물론 사업 편의를 위한 조례 개정, 전력·수자원에 대한 관련 기관의 협조 유치 등 차별화한 행정 의지를 통해 얻어낸 결과다. 수도권이란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안은 용인시는 괴담에 휘둘려 굴러들어온 호박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반면 세종시는 주민과 소통하고 적극 행정을 편 결과 개청 이후 최대 민자 유치에 성공하고, 최첨단 미래형 도시를 그리고 있다. 인구·자본을 모두 수도권에 뺏겨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정책과 재정 지원에만 목을 매는 다른 지방 정부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