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엄단할 것을 강조했지만 금융당국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을 제도권으로 들일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불법 사금융 막겠다지만…당국, 최고금리 인상엔 '소극적'
10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업체 69곳의 지난 8월 신규 대출액은 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6억원)보다 69.0% 줄어들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된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조달금리가 높아져 대출을 내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도권 대부업체는 대출시장의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 은행보다 금리는 높지만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는 만큼 불법 추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쉽다.

하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내리면서 대부업체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2002년 연 66%이던 법정 최고금리는 2010년 연 44%, 2018년 연 24%로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7월엔 연 20%까지 내려갔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치솟자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7조3677억원이던 대부업체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말 6조96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권 대부업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 금리는 연 24~25% 수준”이라며 “지금의 법정 최고금리로는 신용대출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작년에만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린 저신용자가 최대 7만1000명인 것으로 추정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올해 초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정하는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회가 반대하며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최근엔 정부도 상생금융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추진하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