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두 명에 대한 탄핵안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을 피해 11월 정기국회 중 탄핵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꼼수 철회’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이번 정기국회 중 민생 법안 논의와 협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찔린 野 “탄핵 철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철회서를 국회사무처에 아무 문제없이 제출했다”며 “(민주당은) 오는 30일과 12월 1일 연이어 잡혀 있는 본회의 등을 이용해 탄핵을 흔들림 없이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하루 만에 탄핵안을 철회한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포기’ 전략과 이에 따른 국회법상의 ‘일사부재의 원칙’ 논란이 있다. 9일 본회의에 민주당이 제출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이 보고되자 국민의힘은 계획했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3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다.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여당은 여기에 ‘한 번 부결된 안건은 재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3건의 탄핵안이 11월 정기국회 중에는 논의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폐기나 부결되기 전 철회된 탄핵안을 재논의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94년 이병태 전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 보고 후 철회된 전례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재발의한 후 12월 1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해 탄핵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률 논쟁에 결국 법원으로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하나의 의제로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안건을 철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여당의 동의권이 침해됐으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이른 시간 안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이번 정기국회 내에선 같은 내용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국회에선 여야가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았다. 장 대변인은 국회사무처가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서를 접수해줬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미친 ×들 아니냐”고 비난했고, 박 부대표는 “우리 말만 믿으면 된다”고 기자들을 설득했다.

○한동훈 “국민들 사사오입 떠올릴 것”

여야가 탄핵안 철회 여부를 두고 논쟁을 이어가면서 11월 정기국회는 다시 한번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점철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9일 법제사법위원회와 이후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방송법 외 법률안 심의를 거부한 데 이어 국회 마비를 부를 이번 갈등을 시작한 것을 두고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질의 중 “(탄핵안 재발의에 대한) 법률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혀달라”는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 질의에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절차에서까지 무리하면 국민들은 사사오입을 떠올릴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수당이 해당 시점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꼼수’를 쓰면 이후에 정치적·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