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석 달 새 16.2% 증가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석 달 새 16.2% 증가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전·월세 찾는 사람은 비슷한 거 같은데 매수는 문의 자체가 없습니다. 로열동·로열층도 급매조차 팔기 어려운 상황이에요"(마포구 성산동 A 공인 관계자)

고금리 장기화,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진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매수 시점을 계속 미루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석 달 새 1만여건이 늘었다.

1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993가구로, 석 달 전(6만7967가구)보다 16.2% 증가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매물 수가 4만6000여 가구 수준이었고 작년 말에도 5만여건에 그쳤다.

서울 내에서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동작구다. 3개월 전인 지난 8월 2559건에서 현재 3210건으로, 25.4% 늘었다. 같은 기간 마포구는 2689건에서 3347건으로 24.4% 증가했고 성북구 역시 2834건에서 3459건으로 22%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노원구(19.6%), 금천구(19.4%), 성동구(19.3%), 서대문구(19.1%) 등도 석 달 새 매물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강북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은 매물이 30여건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건 이상이 시장에 나와 있다.

강남권도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높지는 않지만, 매물 적체를 피하지 못했다. 서초구는 현재 5718가구가 시장에 나와 있다. 기존 4935건 수준이었던 매물이 석 달 새 15.9% 늘었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 4935건에서 5718건으로 15.8% 매물이 증가했다. 강남구는 석 달 전(6483건)에서 6.4% 많아진 6901건을 기록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낮은 증가율이다.

시중 대출금리 상승과 매도·매수인 간 희망 가격 격차로 관망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17주 연속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상승 폭은 둔화하는 모양새다. 서울(0.07→0.05%)과 수도권(0.07→0.04%)의 상승 폭이 모두 축소됐고 인천이 -0.02%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서울에선 강북(-0.01%)과 노원(-0.01%)이 하락 전환했고 강남·구로·동작이 보합을 나타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