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든 탑 무너뜨릴 '공매도 금지'
2020년 6월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대해 ‘트럭을 내리막길에 세워놓고 굴렸다’는 충격적 보고서를 냈다. 그건 사실이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니콜라 주가는 당시 60달러였지만, 지금은 1달러 미만에서 거래된다. 공매도가 더 큰 투자자 피해를 막은 사례다.

2021년 뉴욕증시를 휩쓸던 밈주식 열풍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뭉쳐서 게임스톱, AMC 등 일부 주식의 주가를 무작정 끌어올렸다. 한때 80달러를 넘었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금 12달러대로 떨어졌고, 주당 230달러 넘게 거래되던 AMC의 경우 현재 8달러 수준이다. 밈주식 열풍에 동참했던 수많은 개미는 결국 큰 손실을 떠안았을 것이다. 당시 헤지펀드 등 많은 기관투자가는 공매도에 나섰다. 이런 공매도가 없었다면 밈주식 버블은 더 심화했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개미 피해도 더 컸을 것이다.

이처럼 뉴욕증시에서 공매도는 버블 형성을 막고, 시장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수, 매도와 함께 시장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가격 발견 기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시장을 위한 조치라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갑자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 주식에 대한 신규 공매도를 막은 것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충격이 발생했을 때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상 밖이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문제라면 그걸 찾아내 엄벌을 내리면 된다. 불법 공매도가 문제일 뿐이지, 공매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관과 개인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는 수년간 제기돼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대신 공매도 금지라는 ‘무식한’ 조치를 내놨다.

월가에서 활동하는 대부분 펀드는 ‘롱쇼트펀드’다. 매수와 공매도 전략을 함께 구사한다. 예를 들어 운용자금의 130% 규모는 매수, 30%는 공매도하는 식이다. 이런 펀드에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는 황당한 일이다. 한국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이런 펀드들은 아예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거래 감소, 주가 하락 초래할 것

특히 같은 규모의 매수·공매도로 시장 중립(market neutral) 포지션을 가진 펀드들은 이번 조치로 공매도를 커버한 뒤 매수 포지션도 정리할 것이다. 이는 한국 증시의 시장 참여자 감소는 물론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거래량과 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부총리는 매년 뉴욕을 찾아와 한국경제설명회를 해왔다. 해외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또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는 이런 수년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상당 기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어려울 것이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 시장 발전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