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서두르는 전자 주주총회 시행 시기가 2026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기업들이 정관을 개정한 다음 해부터 전자 방식으로 주총을 열 수 있어서다.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법안 통과 시점을 예상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제도 도입 절차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자주총 도입 내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모든 주주가 온라인 공간에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완전 전자주총’과 온·오프라인 주총을 동시에 열어 주주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출석과 투표를 하는 ‘병행 전자주총’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내 주총에선 투표만 전자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통지와 회의 참석까지 전자 방식으로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내년 개정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절차를 감안할 때 2026년 이후에야 전자주총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정관을 개정해야 전자주총 제도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날부터 6개월 뒤 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서 가결돼도 기업들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전자주총을 안건으로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2025년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고치고, 2026년 정기주총부터 전자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이마저도 국회에서 입법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개정안이 다음 회기로 넘어가면 전자 주총은 2027년에야 도입될 전망이다.

내년 도입을 예상하고 전자주총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채비를 서둘러온 기업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전자주총 인프라 구축 사업에 뛰어든 정보기술(IT)업체들은 이미 적잖은 투자를 해 더 난감한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 있다”며 “정기주총 정관 개정 없이도 전자주총을 도입할 수 있게 하거나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자마자 효력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