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으로 법인세 걷으면서…"세법 무시한 횡재세, 기업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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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英·獨보다 더 센 횡재세 검토
횡재세는 기업의 노력과 무관한 외부 변수로 ‘초과이익’을 거둔 기업에 법인세 외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도 일종의 면허산업인 금융업종에 법인세 외에 교육세를 이미 부과하는 만큼 특정 산업을 겨냥한 추가 세목 신설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조세 전문가들은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각종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횡재세가 도입된 해외 사례와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크게 다른 데다 법인세와의 관계 등 세제상에도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관련,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올해 3월 연구 논문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그 회사로부터 높은 가격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회사에도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성급한 느낌”이라며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되는 초과이익 자체에 대한 개념도 아직 학술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 도입한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가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면 한국은 정유사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사업 구조 간 차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 교수도 관련 논문에서 “정유사는 매입하는 원유가격과 정제 후 석유제품 판매가의 차이로 언제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횡재세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한국 정유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횡재세를 부과하면 생산원가가 증가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대상 횡재세 부과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은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금리 및 수수료 등의 규제 강도가 높다”며 “초과이익 규모가 이미 제한적인 만큼 횡재세를 부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영업이익에서 사회공헌 관련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금융회사보다 높다는 점도 횡재세 추가 부과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4단계로 세율이 높아지는 국내 법인세에 이미 횡재세 성격이 녹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세진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지난 3월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에서 “한국 법인세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라며 “여기에 초과이득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려면 명확한 과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역시 “횡재세는 법인세 누진세율 등 세법의 큰 틀 안에서 논의해야지, 그때그때 특정 업종을 규제하자는 미봉책으로는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하지만 조세 전문가들은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각종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횡재세가 도입된 해외 사례와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크게 다른 데다 법인세와의 관계 등 세제상에도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관련,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올해 3월 연구 논문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그 회사로부터 높은 가격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회사에도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성급한 느낌”이라며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되는 초과이익 자체에 대한 개념도 아직 학술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 도입한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가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면 한국은 정유사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사업 구조 간 차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 교수도 관련 논문에서 “정유사는 매입하는 원유가격과 정제 후 석유제품 판매가의 차이로 언제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횡재세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한국 정유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횡재세를 부과하면 생산원가가 증가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대상 횡재세 부과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은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금리 및 수수료 등의 규제 강도가 높다”며 “초과이익 규모가 이미 제한적인 만큼 횡재세를 부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영업이익에서 사회공헌 관련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금융회사보다 높다는 점도 횡재세 추가 부과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4단계로 세율이 높아지는 국내 법인세에 이미 횡재세 성격이 녹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세진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지난 3월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에서 “한국 법인세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라며 “여기에 초과이득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려면 명확한 과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역시 “횡재세는 법인세 누진세율 등 세법의 큰 틀 안에서 논의해야지, 그때그때 특정 업종을 규제하자는 미봉책으로는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