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월초 인사·조직 개편…SK, 최태원 '서든 데스' 언급 주목
현대차·LG, 신사업 담당 임원 약진할 듯…오너 3세 경영 참여 확대

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은 복합 위기 극복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초점을 맞춰 내년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인사는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그간의 성과에 입각한 '세대교체'와 '미래 준비'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 삼성, 12월 초 인사 예상…'한종희-경계현' 투톱 유지할까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예년처럼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중순에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데다,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이재용식 개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2년이 된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의 유지 여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TV와 가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한 부회장이 겸임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의 자리가 새로 채워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에 따라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 등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에는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이 오너가(家)를 제외한 삼성 첫 여성 사장에 오른 가운데 올해도 여성 인재와 30∼40대 젊은 리더를 중심으로 한 깜짝 발탁 인사가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 SK, 최태원 '서든 데스' 언급에 주목
12월 초에는 SK그룹의 계열사별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당초 인사 시점으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 직후인 11월 말이 언급됐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막판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개최지 결정 직후는 빠듯하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함에 따라 그룹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던 '서든 데스' 위험을 재차 언급했다.

다만 작년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경구가 사내에 회자될 정도로 안정에 무게가 실리며 인사 폭이 작았던 만큼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 현대차·LG, '미래 먹거리' 담당에 힘 실을 듯
현대자동차그룹은 통상 12월에 임원 인사를 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다소 앞당겨 11월 말에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인사에서는 전기차(EV)·목적기반모빌리티(PBV)·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그룹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할 전망이다.

인사에 앞서 지난달 27일 브랜드별로 분리돼 있던 디자인센터를 하나로 모아 '글로벌디자인본부'로 승격하는 등 연중 수시로 조직 개편을 하는 모양새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현대차·기아의 전체적 디자인 방향성을 총괄하는 글로벌디자인본부장에 선임됐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LG그룹은 한 달간 이어진 사업보고회를 이달 중순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인사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인사안을 확정하게 된다.

작년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18년 만에 용퇴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CEO를 재신임해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방향을 택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등의 사업에는 승진 인사 등을 통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포스코 회장 부임설'이 제기됐으나, 이를 두고 권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 롯데, 신유열 상무 행로 관심…재계, 오너 3세 경영 본격화
롯데그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로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상무가 롯데의 모태인 유통군으로 이동해 경영 보폭을 넓힐지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아들이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유통을 포함해 국내외 사업 현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 상무가 내년에 한국 국적을 회복함과 동시에 후계자 지위를 굳혀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밖에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등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주요 인사의 교체 여부가 관심을 끈다.

앞서 유통 맞수인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대표이사 40%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부진했던 일부 사업의 경우 시황 탓이 크고 내년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경영진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것이 맞을지 의견이 갈린다"며 "다만 현 체제를 유지했다가 만약 내년에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인사 실기론'이 불거질 수 있어 기업마다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초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의 경우 미래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성장 가능성 높은 인력을 대거 발탁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1980년대생 4명이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다가온 재계 연말 인사 시즌…경영 불확실 속 '미래 준비' 방점
재계의 오너 3세 경영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범삼성가(家)인 한솔그룹 3세 조성민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는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