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주식 대여 중단 보도 등에 "시스템 오류일 뿐" 확대 해석 경계
글로벌 IB 소송 대응 관측도…금감원, 홍콩서 IB 대상 정책 설명 검토
박대한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해외 자본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일부 해외 기관의 개별 이슈를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신에서 공매도 관련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줄이어 나온 데다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줄소송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시장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유례없는 공매도 금지에 외신들 비판…일부 주식 대여 중단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된 이후 해외 자본의 본격적인 한국 증시 이탈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주식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이 한국 주식 전산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SSBT는 지난달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에 대한 기관 전산 시스템상 주식 대여 서비스를 내년부터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빌릴 수 있는 한국 주식이 줄어들 경우 트레이딩 및 시장 접근성 제약이 커짐에 따라 해외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SSBT는 서비스 중단 이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국의 공매도 규제 강화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보도 등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초대형 증권사 메릴린치가 내년도 한국 시장에서 대차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 목표치를 '없음'으로 설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외 IB들이 그간 금융당국의 강화된 공매도 규제와 단속에 피로감을 느끼고 본격적인 이탈 움직임을 보인다는 시장 해석으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은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들의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보다는 매도세 압력이 더 컸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

외신들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한국 증권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시장 참여자 등이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공매도 영구 중단 아닌 한시 중지…한국 시장 투자에 변화 없어"
금융당국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SBT의 한국 주식 일부 대여 중단과 메릴린치의 한국 시장 대차 서비스 내년도 수익 목표치 하향에 대해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SSBT에 확인한 결과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대면·비대면 대여 서비스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전산 정비하는 차원의 일을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한 접근성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메릴린치가 내년도 한국 시장에 대해서 대차 서비스 수익 목표치를 '0'으로 잡은 것도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개별 회사가 전산 시스템 등을 정비하는 과정일 뿐이지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꾸거나 본격적인 이탈 채비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다.
'공매도 금지'로 해외자본 이탈 우려에…당국 "문제없다" 진화
금융당국은 홍콩 등에서 글로벌 IB 등을 만나 공매도 한시적 중지 배경을 설명하고 전산 시스템 정비 필요성 등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글로벌 IB들이 고의가 아닌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내세워온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한국법 체계를 설명하고 스스로 정비할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IB에 공매도 폐지가 아닌 한시적 금지라는 점을 설명할 방침"이라며 "공매도 포지션에 대한 전산 관리가 안 되면 위반이 나오는 만큼 전산 시스템 개선에 있어 한국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 주체로 적발된 글로벌 IB들의 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불법 공매도로 3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ESK자산운용 등이 불복 소송을 내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이 조직적·관행적 불법 공매도 주체로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초대형 IB를 지목한 만큼 향후 소송 등 대립각은 더 거칠어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를 했다고 적발된 해외 기관들이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동일한 투자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소송으로 세게 대응할 것이란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