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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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규제에 본격 돌입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사실상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를 차단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서방 국가들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LNG 수입에 제동을 걸지 않았던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 국무부가 러시아의 대규모 개발 사업인 ‘북극(ARCTIC) LNG-2’에 대해 발표한 제재를 두고 “사실상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이 프로젝트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북극 LNG-2 프로젝트는 러시아 시베리아 기단 반도에 있는 가스전에서 이뤄지는 사업으로 러시아의 세 번째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이다.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연간 약 2000만t의 LNG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러시아 민간 가스 기업인 노바텍이 전체 프로젝트 지분의 60%를 갖고 있으며,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와 중국천연가스공사(ANPC),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 일본 미쓰이 및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 컨소시엄 등 외국 투자자 4곳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가동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분율에 따라 LNG 10%씩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운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북극 LNG-2를 추가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에너지 사업으로 전쟁 자금을 마련하는 러시아를 제지하기 위해서다. 다른 국가들은 이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를 구매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거래 종료 기한을 내년 1월 말로 잡은 만큼 외국인 투자사들도 내년 1월 말까지 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의 LNG 공급을 직접 제재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미 국무부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줄여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려는 전략적 의도는 없다”며 “다만 우리와 동맹국들은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러시아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데 강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제재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극 LNG-2 프로젝트로 내년 초부터 전 세계 LNG 공급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컨설팅 기업 에너지 에스펙트는 “미 제재가 시장을 압박할 것”이라며 내년 LNG 수급 전망치에서 북극 LNG-2 생산량 전망을 삭제했다.

LNG-2 프로젝트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들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미쓰이는 “제재를 준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토탈에너지도 미 제재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미 제재에 대해 “사업에 대한 일부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