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학생 늘면서 영상도 인기…고민상담소 역할까지
"학교 밖 삶 궁금해"…자퇴생 유튜브 찾아보는 10대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뮤지컬 연습을 하러 잠깐 연습실에 갔다가 무용 연습실에 갔다가 검정고시 공부를 하러 '스카'(스터디카페)에 갈 예정입니다.

"
지난해 6월 고등학교를 자퇴한 박준아(18) 양은 유튜브 채널 '준아'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영상에는 검정고시 시험 점수 채점하기, 대학입시 준비, 홈베이킹 영상, 자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픈 조언 등이 담겨 있다.

박양은 "사람들이 자퇴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이로그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자퇴생들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퇴 이후 일상 외에도 부모님께 자퇴를 선언하는 모습, 마지막 등교 날을 담은 영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7) 양은 "학교에 다니는 입장에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호기심이 들어 즐겨보고 있다"며 "쉬운 결정이 아닌데도 실행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모(17) 군도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친구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찾아본다"고 했다.

자퇴 브이로그를 보며 자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그는 "학교는 안 가지만 그 친구들도 자신만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사회적 인식도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학교 밖 삶 궁금해"…자퇴생 유튜브 찾아보는 10대들
자퇴 선택을 앞두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에게 '자퇴생 유튜버'들은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 양은 "지금까지 성적으로는 수시로 소위 '인서울' 대학에 가기 어려울 것 같아 자퇴를 고민하면서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전했다.

두 달 전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우채은(18) 양도 "자퇴를 결정하기 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실제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 밖 삶 궁금해"…자퇴생 유튜브 찾아보는 10대들
이처럼 자퇴 관련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자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자퇴생 비율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발표한 '2023 교육기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학업 중단율은 1.0%(5만2천981명)로 직전 해에 비해 0.2% 포인트(1만226명) 상승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2020년 1.1%, 2021년 1.5%, 2022년 1.9%로 3년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10대들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학교에 대한 필요성을 이전보다 덜 느낀다는 점, '남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MZ세대의 가치관 등이 자퇴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고착화한 대학 서열, 대학 간판이 노동시장과 그 이후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시스템 등이 공교육만의 잘못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가진 한계점도 분명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어린 학생들이 유튜브 영상 등만을 보고 쉽게 자퇴 여부를 결정해선 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상 속에 학교 밖 청소년의 현실이 모두 담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연구본부장은 "자퇴생 영상의 인기 요인에는 또래의 '용기 있는 선택'에 대한 동경과 대리만족이 있을 것"이라며 "학교 밖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펼칠 수 있는 극히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자퇴를 결정할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튜버 박양도 "유튜브에는 재밌고 열심히 사는 제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이지 제 100%를 보여드리진 않는다"며 "제 영상을 보고 자퇴를 결심한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양 또한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에 가면 자퇴 후 나태하게 사는 친구들도 많이 만난다"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해야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인 만큼 많이 고민해보고 현실적인 계획을 짠 뒤 자퇴를 결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학교 밖 삶 궁금해"…자퇴생 유튜브 찾아보는 10대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