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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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조·건설업, 보건의료직종부터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노동계의 '주69시간' 프레임에 걸려 좌초된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개편안으로. 기존의 전면적용에서 일부업종 적용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업종·직종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정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국면과 맞물려 노동계 반발 등 험로가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월 26일~8월 31일 두달여 간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주52시간'으로 불리는 1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동의한다는 비율이 비동의 비율보다 약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동의했고 비동의 비율은 근로자 29.8%, 사업주 26.3%, 국민 29.8%였다. 앞서 지난 3월 정부 발표에 대해 '노동자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주69시간 강제'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억지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근로시간 관리에 곤란을 겪는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연장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높았다. 근로자의 43%, 사업주의 47.5%가 동의했고 근로자 25.2%, 사업주 21.3%만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노사 모두 필요성이 높다고 응답한 제조·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 등에 대해 후속 실태조사와 노사정 대화를 거쳐 우선적용 대상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논란이 됐던 주당 최대 근로시간과 관련해서 기존의 69시간이 아닌 새로운 상한선이 설정될 가능성도 있다. 고용부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와 관련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새로운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근로시간 관련 논란이 커지자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사실상 주당 근로시간 상한캡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발표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노사의 필요성을 확인하고도 구체적인 업종·지정은 사회적 대화로 결정하겠다며 미뤘기 때문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