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김해숙, 신민아 /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3일의 휴가' 김해숙, 신민아 /사진=변성현 기자
세상을 떠난 엄마가 3일간의 휴가를 받고 지상에 내려온다면 어떨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 한 편이 올겨울 관객을 찾는다. 김해숙, 신민아 주연의 영화 '3일의 휴가'의 이야기다.

영화 '3일의 휴가'는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김해숙)는 3일간의 휴가를 받아 규칙 안내를 맡은 신입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세상에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미국 명문대학교 교수인 자랑스러운 딸을 볼 생각에 설렜던 것도 잠시, 시골집으로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진주'(신민아)의 모습에 당황한다.

작품은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82년생 김지영'의 유영아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육 감독은 "당시 제가 괜찮을 때라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이 시나리오를 읽는데 우는 바람에 한 번에 못 읽었다. 감정이 움직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해숙은 "많은 엄마를 했지만, 하늘에서 휴가를 온 엄마는 처음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맨 먼저 하늘나라에 있는 저희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가 혹시 이런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내려오시지 않을까 생각했고, 굉장히 따뜻하고 이야기에 동화됐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악귀', '힘쎈여자 강남순' 등을 통해 팔색조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해숙은 "새로운 역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연기하는 사람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제일 행복하고, 편안하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엄마"라고 강조했다.

신민아는 "엄마와 딸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솔직하지만, 판타지적으로 풀어서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후회하고, 이런 부분이 좋았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 진주라는 캐릭터에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잘 아는 느낌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강기영, 황보라 /사진=변성현 기자
강기영, 황보라 /사진=변성현 기자
복자의 휴가를 돕는 가이드 역을 연기한 강기영은 "가족애를 다룬 영화라는 것 자체가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가족들과 소통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따뜻한 영화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진주의 단짝 미진 역을 연기한 황보라는 "수많은 친구 역할을 해봤는데 '3일의 휴가'는 확실히 달랐다. 엉엉 울었다. 천륜을 담은 사랑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꼭 해보고 싶었다. 훌륭한 감독, 배우들이 함께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육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김해숙은 보편적인 엄마 역도 많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연기도 많이 했다. 소매치기도 하고 도둑도 하고. 연기의 폭이 넓은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주 역의 신민아에 대해 "시골에 서 있는 이미지가 중요했는데 신민아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메마른 듯하면서 감성적인 목소리의 절묘함이 좋았다. 굉장히 아름다워서 접근하기 힘들지만 가까이하면 따뜻한 점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공복은 위험해…'3일의 휴가' 신민아표 집밥, 잡숴봐 [종합]
'3일의 휴가'는 따스한 볼거리가 관전포인트다. 따뜻한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음식들은 보는 이들의 입 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고.

김해숙은 "진주가 엄마를 생각하며 '집밥' 요리를 한다. 집밥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엄마의 요리를 해보고 실망한 적도 있다. 집밥은 부모님의 사랑이다. 그 그리움을 집밥으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민아는 백종원 못지않은 집밥 요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는 "진주가 엄청난 스킬의 요리를 하는 모습이라기보다 집밥에 필요한 칼질, 다듬기 위주의 스킬이 필요했다. 감독께서 그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스팸도 숟가락으로 퍼서 넣고, 누군가 해준 것 같은 요리다. 백종원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구들 불러서 닭볶음탕을 해준 적이 있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다들 힘들어했다. 요리를 즐겨하진 않지만, 작품 통해서 손쉽게 요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언젠가 엄마에게 요리를 배워서 대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영화 '3일의 휴가' /사진=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사진=쇼박스
특히 복자의 독특한 레시피로 완성된 무 만두는 김해숙이 촬영 중 다 먹기도 했다고. 앞서 예능 '편스토랑'에서 배우 남보라가 무 만두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해숙은 "어 레시피 훔쳐 갔네 했다. 장난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민아는 "음식 먹는 장면을 찍으면 대부분 뱉으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그 많은 만두를 먹어버렸다. 선생님과 제가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만두가 맛있어서 촬영 끝나고도 계속 먹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김해숙은 "만두에 무를 넣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거들었다.

육 감독은 "찍으면서도 굉장히 먹고 싶었다. 요리 예능이 나오면서 촬영 방식이 발전되어 있었다, 우리도 좋은 것을 적용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3일의 휴가'는 정감 가는 로케이션을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육 감독은 "매우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찾기 힘들었다. 예능 로케이션 팀 도움을 받아 어렵게 찾았다. 보는 순간 머릿속에 있던 장소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눈이 저렇게 자연스럽고 예쁘게 내릴 줄 몰랐다. 날씨가 정말 고마웠다, 연결까지 맞춰줬다"고 했다.
영화 '3일의 휴가' /사진=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사진=쇼박스
마지막으로 신민아는 "겨울 배경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동화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극장으로 여행 온다고 생각하시고 따뜻한 감정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해숙은 "가족들이 함께 볼 작품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12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힐링 타임을 가지고 뭐가 소중한지 생각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육 감독은 "그리움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옆에 있는 가족, 떠난 가족을 그리워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3일의 휴가'는 오는 12월 6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