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산업의 심장인 보스톤의 연구실 공실률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 바이오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고 투자를 줄이면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13일 보스톤글로브지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 지역의 연구실 공실률은 지난 3분기에 10년 만에 최고치인 11.7%를 기록했다.

2021년 사용 가능한 공간이 30만 평방피트(2만787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0만 편방피트(46만4515㎡)이상으로 급증했다. 공간에 대한 기업 수요는 2021년 800만 편방피트(74만3224㎡)에서 200만 평방피트(18만5806㎡)로 감소했다.

컬리어스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추가 공간을 임대하는 것보다 자금 조달에 더 관심이 있다"며 "공실률 상승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의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몇 년 전 임대 공간이 부족했을 때 시작된 부동산 건설 사업들이 현재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공급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컬리어스 관계자는 "시장에서 공간에 대한 수요가 없진 않지만 지금 공급량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완공된 건물 중 30%는 아직 임대되지 못했다. 2020년과 2021년 완공된 건물이 0.1%만 임대되지 못한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바이오기업들이 몰려있는 캠브릿지의 공실률도 9.9%로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켐브릿지에 있는 바이오젠, 세이지테라퓨틱스, 다케다 등 한때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인력을 줄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일자리 축소는 벤처 캐피탈의 바이오 투자 감소과 바이든 정부의 규제(메디케어 약가 협상 허용) 등 전반적인 바이오업황 악화의 영향이다.

한편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금융정보업체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은행권 대출연체액이 전 분기 대비 40억달러(30%) 증가한 177억달러(약 23조3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내 최대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연체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재택근무가 확산하면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긴축 장기화와 경기둔화 영향으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재택근무 정착에 따라 급감한 수요로 뉴욕의 사무실 가격은 2029년까지 약 40%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도 업화 악화에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3시 38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