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입주(준공)예정일 지연과 분양계약 해제
원자재값 상승 등의 여파로 당초 예정된 입주(준공)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는 분양현장들이 늘고 있는데,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분양계약을 해제하고픈 수분양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해제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분양계약서에는 입주예정일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분양계약해제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문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을(수분양자)은 갑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입주가 당초 입주예정일 보다 3개월을 초과하여 지연된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언뜻 보면, 수분양자가 주장할 수 있는 계약해제사유라 수분양자 권리보호를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분양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만약 이런 문구가 없다면, 입주예정일 도과라는 분양회사의 이행지체행위에 대해 수분양자로서는 입주예정일 도과 즉시 민법에서 정하는 계약해제절차 즉 이행제공, 최고, 해제통고라는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런 절차에 통상 2주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입주예정일 도과가 무려 3개월이 되어야만 계약해제 가능하다는 분양계약서상 문구는 기본적으로 수분양자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분양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입주예정일 3개월 초과”라는 약정해제사유는, 이행제공, 최고 등 법정해제사유에서 정해진 절차가 생략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법원 2013. 3. 14.선고 2011다3343호 판결 <계약금반환>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판시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협의회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 사건 협의회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원고가 명시적으로 반대 또는 거부하면서 이 사건 협의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거나 탈퇴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이러한 원고의 행동에 의해 추단할 수 있는 의사는 이 사건 협의회의 요구로 인한 시공에 소요되는 시간 상당만큼의 입주가 지연되는 불이익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사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협의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시공함으로써 늘어난 공사기간 상당만큼의 입주지연에 대해서는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가사 입주지연에 대하여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의 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였어야하는데, 이러한 이행제공을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분양계약해제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협의회의 구성원이 아님은 명백하고 이 사건 협의회의 구성원이 아닌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협의회의 요구로 인한 입주지연의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행동에서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가 추단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협의회의 요구로 인한 상향시공에 소요되는 기간 상당만큼의 입주가 지연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섣불리 추단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하는 것이지만,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해제의 근거로 삼은 이 사건 분양계약 제2조 제3항(이하, “이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은, ‘수분양자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입주예정일로부터 3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되는 경우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분양대금 납부의무의 이행제공을 그 요건으로 명시하지는 않은 점, 이 사건 조항은 분양자의 현저한 공급지연(이 사건의 경우 3개월)이 발생한 경우 수분양자들로 하여금 분양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용이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더구나 이 사건 조항은 피고가 입주예정일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원고가 바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지 아니하고 미리 3개월의 여유기간을 부여하고 있는데, 만일 이 사건 조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고가 이 사건 조항에 기해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 반대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여야한다고 본다면, 이 사건 조항은 결국 피고에게 3개월의 기간을 추가로 허용하여 주는 역할, 즉 입주예정일이 도과되어도 3개월이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원고가 ‘반대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여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 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이 사건 조항은 원고의 해제권을 규정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피고를 위한 조항으로 전환되고 말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은 이 사건 조항을 굳이 별도로 규정하게 된 취지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하는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제공을 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지연에 대하여 원고의 용인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가사 입주지연에 대하여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중도금 및 잔금지급 의무에 관하여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분양계약해제는 적법하지 않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아파트 입주지연에 대한 귀책사유 및 해제권의 발생요건으로서의 이행의 제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있다.

★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 14436 판결[부당이득금·물품대금]

[1] 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이는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 등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계약 목적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해제사유를 정해 두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 해제절차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등도 있다.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갑 주식회사와 을이 금형 제작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갑 회사는 을이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을이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납품을 하지 못하자 갑 회사가 이행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하고 해제절차에서도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경우와 달리 정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갑 회사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하지만, 해제통지가 지체되는 사이 준공(사용승인)되었다면 그 이후 해제는 불가할 수 있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해제통지절차를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 광주고등법원 제주부 2018. 8. 22. 선고 2018나10151 판결
☞ 당초 준공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사용승인되었지만, 사용승인 이후에서야 해제통보 이루어진 사안에서 법원은, 비록 약정해제권이 발생했지만, 사용승인 이후에는 해제권행사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수분양자인 원고의 분양대금반환청구를 기각(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8다265904호 판결로 원심판결 확정)
☞ 반면 1심판결은, ‘약정해제권은 당사자 사이에 특약으로 정한 바에 따라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 사건 분양계약은 당초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입주가 지연되면 원고들로 하여금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였음이 문언상 분명하므로, 달리 준공 완료 후에는 원고들이 더 이상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단서조항을 두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해제권행사를 후발적으로 제한하거나 배제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원고 청구를 인용

---해제권의 행사방법, 효과, 해제권의 소멸 등의 민법규정은 당사자가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약정해제에 있어서도 보충적으로 적용된다할 것이고, 민법상 이행지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적법한 이행제공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에는 소멸하게 되므로(민법 제461조 참조), 이행지체로 해제권이 발생한 후라도 채권자가 해제권을 행사하기 전에 채무자가 채무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면 해제권은 소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위 해제권도 실질적으로는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해제라고 볼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분양계약 제9조 제3항의 해제권유보약정은 이 사건 주택의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그 입주를 지연시키는 상태가 계속 중인 경우에 한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3개월을 초과하여 입주를 지연시켰다고 하더라도 그후 피고의 적법한 이행제공으로 그와 같은 상태가 종료되었다면 원고들이 더 이상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 민법 제461조(변제제공의 효과)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

분양계약서 작성이 분양회사 주도로 일괄적이고 표준화된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하에서, 수분양자로서는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입주예정일로부터 일정기간 도과 후에야 계약해제가 가능하도록 정한 분양계약서상 문구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러한 약정해제사유가 없을 경우 분양계약해제를 위해서 막대한 금액의 중도금, 잔금준비라는 이행제공을 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정해제사유와 약정해제사유의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숙지를 통해 스스로의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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