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까지 독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주택건설 시장이 32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가장 컸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10월 독일 내 주택건설 업체 22.2%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크탱크 Ifo 경제연구소가 관련 데이터를 취합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2분기 독일의 신규 건축 허가 건수는 70(2015년=100) 수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120)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독일 주택건설업계는 “산업이 완전히 붕괴했다”고 우려했다.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40% 이상 치솟은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올린 데 따른 여파다.

건설회사 프라우엔라트그룹의 게레온 프라우엔라트 매니징디렉터는 업계 전체가 “‘퍼펙트 스톰(겹악재)’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볼라베 Ifo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며 “수주잔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 사업 발굴도 저조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2021년 독일의 주택건설 시장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담당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 저금리와 느슨한 대출 규제 등으로 건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2015~2022년 주택 공급량은 16% 늘었고, 주택 가격은 66% 뛰었다. 불과 1~2년 새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올 9월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에너지 절약 기준 및 승인 절차 간소화 등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만5000개 독일 건설사를 대표하는 독일건설연맹(ZDB)의 슈베르트-라브 회장은 “주택건설 시장은 ‘그레이하운드 경주장’처럼 짧은 호흡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계획부터 실제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 시장에선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