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스노우가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설정이 아쉬운 까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화 리뷰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8년 전 마지막 편 나온 '헝거게임'시리즈의 프리퀄
'판엠 독재자' 스노우의 젊은 시절과 변모 과정 그려
8년 전 마지막 편 나온 '헝거게임'시리즈의 프리퀄
'판엠 독재자' 스노우의 젊은 시절과 변모 과정 그려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마지막 4편인 ‘더 파이널’(2015)에서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도널드 서덜랜드 분)가 권좌를 잃으면서 파시스트적인 지배가 끝나고, 헝거게임도 완전히 폐지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국 작가 수전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의 속편이 나오려면 주요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이나 동시대의 다른 사건을 이야기하는 '스핀 오프'가 제작돼야 했다.
‘헝거게임’의 선택은 독특했다. 시리즈 네 편의 서사를 이끈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나 그와 같은 ‘조공인’ 출신의 요한나(지나 말론)나 헤이미치(우디 헤럴슨)가 아니라 캣니스의 최대 숙적이자 적대자 스노우를 주인공으로 택했다.
15일 개봉하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 첫 편인 ‘판엠의 불꽃’(2012)에서 캣니스가 출전한 ‘74회 헝거게임’이 벌어지기 64년 전의 판엠을 배경으로 한다. 첫 편에서 백발의 노인이었던 스노우는 18세의 잘 생긴 금발 청년(톰 블라우스)으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국가인 판엠은 부와 권력이 집중된 수도인 ‘캐피톨’과 열두 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판엠은 가난한 피지배층이 주로 사는 열두 개 구역에서 13~18세를 대상으로 남녀 한 명씩 뽑아 이들 24명이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하고,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헝거게임’을 매년 개최한다. 이렇게 뽑인 젋은 남녀를 ‘조공인’이라 불렀다. 최고위층인 게임 설계자들은 단순하고 잔인한 살육전인 헝거게임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10회 대회부터 '멘토제'를 도입한다. 스노우는 12구역의 조공인인 루시(레이첼 제글러)의 멘토가 된다. 루시는 이곳저곳 유랑하며 음악 공연을 하는 뮤지션 그룹 ‘코비’의 일원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가수다. 스노우는 쇠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 조공인을 살리기 위해, 뱀처럼 교활한 계략을 펴서 멘티인 루시를 우승시킨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노래하는 새(루시)와 뱀(스노우)의 발라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스노우는 부정한 계략을 핀 것이 들통나서 루시가 사는 12구역의 군인으로 가게 되고, 계속 거듭되는 운명의 기로에서 자신의 출세욕과 실리를 챙기는 처신을 하면서 다시 캐피톨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영화는 프리퀄 답게 시리즈 본편에 나오는 헝거게임의 원형을 그려냄과 동시에 교활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애써 감추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던 스노우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자 파시스트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과정의 서사와 묘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친구 세자누스나 연인 루시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었던 성실한 남자가 냉혹하고 무자비한 악당으로 변하는 과정이 조금은 어설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스노우의 사촌 누나 티그리스(헌터 샤퍼)가 이런 변화를 그의 눈빛과 표정만 보고 한눈에 알아채는 것에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12구역에서 살인을 저지른 스노우가 함께 도망치던 루시와 헤어지고 다시 복귀하는 과정도 다소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처리됐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157분으로, '헝거게임' 시리즈 중 가장 길다. 각각 '멘토', '더 프라이즈', '평화유지군'이란 타이틀이 붙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헝거게임이 펼쳐지는 2장 '더 프라이즈'까지는 캐피톨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시간차를 두고 12구역에서 벌어지는 3장과의 서사 연결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헝거게임'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하지만 본편들을 봤다면 좀 더 세세하게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는 대목들이 분명히 있다.
다만 본편의 내용을 꿰고 있다면 광활한 숲이 아니라 폐허가 된 대형 경기장 같은 곳에서 보다 원초적인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이뤄지는 생존게임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60여년 후 독재자 스노우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청년 스노우가 루시나 세자누스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예측된다는 점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헝거게임’의 선택은 독특했다. 시리즈 네 편의 서사를 이끈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나 그와 같은 ‘조공인’ 출신의 요한나(지나 말론)나 헤이미치(우디 헤럴슨)가 아니라 캣니스의 최대 숙적이자 적대자 스노우를 주인공으로 택했다.
15일 개봉하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 첫 편인 ‘판엠의 불꽃’(2012)에서 캣니스가 출전한 ‘74회 헝거게임’이 벌어지기 64년 전의 판엠을 배경으로 한다. 첫 편에서 백발의 노인이었던 스노우는 18세의 잘 생긴 금발 청년(톰 블라우스)으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국가인 판엠은 부와 권력이 집중된 수도인 ‘캐피톨’과 열두 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판엠은 가난한 피지배층이 주로 사는 열두 개 구역에서 13~18세를 대상으로 남녀 한 명씩 뽑아 이들 24명이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하고,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헝거게임’을 매년 개최한다. 이렇게 뽑인 젋은 남녀를 ‘조공인’이라 불렀다. 최고위층인 게임 설계자들은 단순하고 잔인한 살육전인 헝거게임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10회 대회부터 '멘토제'를 도입한다. 스노우는 12구역의 조공인인 루시(레이첼 제글러)의 멘토가 된다. 루시는 이곳저곳 유랑하며 음악 공연을 하는 뮤지션 그룹 ‘코비’의 일원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가수다. 스노우는 쇠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 조공인을 살리기 위해, 뱀처럼 교활한 계략을 펴서 멘티인 루시를 우승시킨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노래하는 새(루시)와 뱀(스노우)의 발라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스노우는 부정한 계략을 핀 것이 들통나서 루시가 사는 12구역의 군인으로 가게 되고, 계속 거듭되는 운명의 기로에서 자신의 출세욕과 실리를 챙기는 처신을 하면서 다시 캐피톨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영화는 프리퀄 답게 시리즈 본편에 나오는 헝거게임의 원형을 그려냄과 동시에 교활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애써 감추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던 스노우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자 파시스트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과정의 서사와 묘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친구 세자누스나 연인 루시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었던 성실한 남자가 냉혹하고 무자비한 악당으로 변하는 과정이 조금은 어설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스노우의 사촌 누나 티그리스(헌터 샤퍼)가 이런 변화를 그의 눈빛과 표정만 보고 한눈에 알아채는 것에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12구역에서 살인을 저지른 스노우가 함께 도망치던 루시와 헤어지고 다시 복귀하는 과정도 다소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처리됐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157분으로, '헝거게임' 시리즈 중 가장 길다. 각각 '멘토', '더 프라이즈', '평화유지군'이란 타이틀이 붙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헝거게임이 펼쳐지는 2장 '더 프라이즈'까지는 캐피톨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시간차를 두고 12구역에서 벌어지는 3장과의 서사 연결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헝거게임'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하지만 본편들을 봤다면 좀 더 세세하게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는 대목들이 분명히 있다.
다만 본편의 내용을 꿰고 있다면 광활한 숲이 아니라 폐허가 된 대형 경기장 같은 곳에서 보다 원초적인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이뤄지는 생존게임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60여년 후 독재자 스노우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청년 스노우가 루시나 세자누스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예측된다는 점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