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나온 미국내 강경 목소리
中전문가 필스버리 "중국에 속았다" 연상…정상회담 결과 주목

"지금껏 중국에 당근을 줘서 효과를 본 적이 없다.

"
미국 상무부 차관보 출신인 토머스 듀스터버그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한 말이다.

"中에 당근 줘도 소용없다"는 美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이 기고문은 시의성에서 주목받는다.

미국에서 12년 만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해빙무드가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중 강경책을 주문했다는 점이 우선 관심을 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연계성'이 뚜렷한 양국 관계를 과도한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이 진행됐다.

이미 9∼1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회담을 통해 양국이 서로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모색하지 않고 건강한 경제 관계를 추구하기로 뜻을 모았고, 경제 채널 간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中에 당근 줘도 소용없다"는 美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또 군사분야 대화 창구를 일부 재개하는 것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일본 교도통신발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듀스터버그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유화정책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강경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가 속한 허드슨 연구소를 주목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허드슨 연구소에서 연설했다.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이었는데, 펜스 부통령은 대뜸 "우리는 중국에 속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미국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은 미국과 중국간 이른바 '신냉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미중 관계는 전방위적인 압박과 견제로 일관했고, 미중 패권 경쟁이 첨예하게 펼쳐졌다.

"中에 당근 줘도 소용없다"는 美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허드슨 연구소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싱크탱크로 유명하다.

특히 연구소 내에 '중국전략센터(Center on Chinese Strategy)'가 있는데 미국내 최고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마이클 필스버리가 이끌고 있다.

그는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했다.

그가 2016년 3월 내놓은 '백 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이라는 책은 미국 내 중국 기류를 강경 흐름으로 돌리게 만든 저작으로 평가된다.

그가 오랜 중국 탐구를 통해 내린 결론이 바로 "미국은 중국에 속았다"이다.

실제로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지하는 등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보다 민주화된 국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고 필스버리는 강조했다.

오히려 마오쩌둥에서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지도자들은 1949년에서 2049년에 이르는 '100년의 마라톤'을 거쳐 반드시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쥐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고 필스버리는 설파했다.

결국 오는 15일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건전한 공존'을 지향하려는 기류도 있지만, 중국에게 '다시 속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론도 혼재하고 있는 것이 미국 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듀스터버그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달래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라고 할 수 있다.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라는 새로운 대중 전략이 힘을 받아 양국이 '재앙'을 피하는 길로 갈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