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아끼려고 설치한 셀프계산대…'골칫덩이'된 사연
미국과 영국의 대형 마트에서 셀프계산대가 없어지고 있다. 고객들의 계산 오류부터 상품 도난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셀프계산대를 관리해야 할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마저 생기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소매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트코는 회원이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의 멤버십 카드를 몰래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뒤 셀프 계산대에 더 많은 직원을 배치했다. 코스트코는 회원가입을 해야만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월마트는 올해 초 뉴멕시코의 일부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를 철거했다. 웨그먼스는 지난해 쇼핑하는 동안 식료품을 스캔하고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종료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부스는 28개 매장 가운데 2장을 제외한 모든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를 없앤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들은 2000년대 초반 처음으로 셀프 계산대를 도입했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 본격적으로 늘렸다. 치솟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대안으로도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고객들이 자체적으로 물건을 계산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로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해지면서 셀프계산대 활용을 주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셀프 계산대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구매할 때 바코드를 잘못 찍는 경우가 잦다. 유기농 당근을 올려놓고 가격이 더 싼 일반 당근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주류를 구매할 때도 직원이 셀프계산대로 와서 고객의 나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면서 셀프계산대의 허점을 활용한 좀도둑도 증가했다. 물건을 스캔하지 않거나, 위조 바코드를 스캔하는 경우도 있다. 또 모든 물건을 스캔한 다음 계산하지 않고 걸어 나가는 수법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매장에선 셀프 계산대를 활용했는데도 고객에게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매장 내 언쟁이 커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CNN은 “셀프 계산대 및 앱을 사용하는 기업의 손실률은 약 4%로 업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