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메모'에 100여명 서명…미 민주당 보좌진도 '휴전' 촉구
[이·팔 전쟁] 美국무부 직원 반발 계속…블링컨, '내부 이견' 인정(종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국무부 내부 반대 메모에 직원 100여명이 서명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메모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대량 학살 공범"이라고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한 국무부 하급 직원이 주도한 것으로,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 직원 100명이 서명했으며 지난 3일 국무부 정책실에 전달됐다.

국무부 직원들은 '반대 채널'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나 이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반대 메모에는 고위 미국 관리들에게 이스라엘 정책을 재평가할 것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밝힌 지난 10일 연설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메모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 내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정부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무부 정치군사국 의회 및 대외 업무 담당 과장이었던 조시 폴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민간인 피해 가능성에 대한 도덕적 고민 없이 속성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달 사임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강조하면서 민간인 대피와 구호품 이동을 위한 인도적 일시 교전 중지를 촉구해왔으나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히며 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직원들과 접촉하며 동요 차단에 부심해 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내부에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분 다수에게 이번 위기로 야기된 고통이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괴로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매일매일 이번 위기 속에 고통받는 아기와 어린이, 고령자, 여성, 다른 민간인들의 이미지를 보면서 느끼는 괴로움은 극도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 자신도 그것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국무부 내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취하는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직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워싱턴 D.C.에서 토론회를 열고 있다면서 "우리는 듣고 있다.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우리의 정책과 우리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민주당 의원들의 보좌진들도 휴전을 촉구하면서 상사들과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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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의회 밖에서는 100여명의 의회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꽃을 든 채 이번 전쟁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고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서는 의회 직원 수백명이 의원들을 향해 휴전 지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했으며, 수십 명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의원 보좌진은 개인적 견해는 밝히지 않고 자신을 고용한 의원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절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 의회의 중요한 원칙이었으나 이 같은 규칙이 깨진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대다수 미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며 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NYT는 민주당 의회 직원 대다수는 35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이들이 공개적으로 의견 차이를 드러낸 최근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견해를 놓고 민주당원들 사이에 큰 세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