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청년 없다"…부동산 독식 나선 美 베이비부머
미국의 ‘베이비부머(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들이 주택 구입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주택 재구매자(1회 이상 매수 경험이 있는 구매자)의 중위 연령은 58세로 나타났다. NAR이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1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59세)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초 데이터(36세‧1981년)보다 22세나 상승했다. 주택 구매 주체가 점차 고령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젊은 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주택 구매 시장에서 생애 최초 구매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32%로, 1981년 이후 현재까지의 평균치인 38%보다 6%포인트 낮았다. 최초 구매자의 연령 역시 1980년대 초 20대 후반에서 오늘날 30대 중반까지 올랐다.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연 5.25~5.50%)로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8%(30년 만기 고정금리 기준)까지 덩달아 치솟은 탓에 젊은 층이 주택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에 매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올해 미국의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이후 최저치(약 410만건)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까지만 해도 이 수치는 600만건을 웃돌았다.

그러나 중년층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집을 파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비교적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에 따른 충격을 덜 받는다. NAR에 따르면 주택 매도인들의 평균 연령은 60세였다. 오늘날과 같이 매물이 잠긴 상황에선 매도인은 고액의 계약금을 제시하거나 잔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등 매력적인 제안을 해 오는 매수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현금 여력이 큰 중장년층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제시카 라우츠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행은 “경쟁 상황에선 전액 현금 구매자나 자산 규모가 큰 사람이 이길 가능성이 크고, 그는 나이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스턴에서 부동산 중개인을 일하는 제니퍼 도즈도 “수십 년 동안 부를 쌓아 온 고령의 매수인들은 안정적으로 주택 구매 계약을 완수할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