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와 차바이오텍이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매출 1조원 클럽에 신규 진입할 전망이다. SK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SK팜테코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1조원에 근접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2023년 제약 매출 1조 넘는다

LG화학, 성장호르몬제가 ‘효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주력사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바이오사업 부문은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02년 창립(당시 분사, 2017년 흡수합병)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1981년 제약 사업에 진출 한 지 42년 만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오른 1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 급등 배경은 올초 인수한 미국 항암신약 개발사 아베오 영향이 컸다. 아베오는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로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성장호르몬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백신 등 기존 주력 사업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 9090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된 성장호르몬제가 아이를 키우는 서울 강남 엄마들의 ‘필수 3종 세트(성장주사, 드림렌즈, 치아교정)’로 등극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아직 그 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차바이오텍, 해외병원 사업 ‘쑥쑥’

지난해 매출 8446억원을 기록한 차바이오텍은 세계 선두급 난임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외 차병원 실적 호조로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차바이오텍은 차백신연구소 CMG제약 등 상장사와 해외 차병원을 운영하는 차헬스케어 등 10곳을 계열사로 뒀다.

해외 매출 급증은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방만하게 경영되던 미국 병원에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를 도입하면서 환자 대기시간을 크게 줄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의료 수출 1호인 미국 할리우드 차병원은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병원 중 신생아 출생 순으로 현지 2위에 올랐다. 호주 병원(City Fertility)은 인수한 지 4년 만에 매출이 세 배로 뛰었다.

SK팜테코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4분기 실적과 연말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SK팜테코는 현재 대부분의 매출이 합성의약품 제조에서 나오고 있지만, 5년 내에 미래 먹거리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을 거둬 총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단일 규모 세계 최대 CGT CDMO인 미국 CBM을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 9463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과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엔브렐·휴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판매 증가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매출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위와 2위는 사상 최대 수주와 매출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증권사 추정 3조6000억원)와 셀트리온(2조4000억원)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어 유한양행(1조9000억원), 녹십자(1조6000억원), 종근당·광동제약(1조5000억원), 한미약품(1조4000억원), 대웅제약(1조3000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1조1000억원) 등도 매출 1조원 이상 제약·바이오업계에 포함될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